비행기에서 깔끔한 치마 유니폼을 입고 친절한 웃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객실 승무원. 우리가 ‘여성 승무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모습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처럼 유니폼은 그 직업에 대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상하게도 공항이나 비행기에서 마주치는 승무원 중에는 바지를 입은 경우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죠. 승무원들은 도대체 왜 편한 바지 대신 몸에 딱 달라붙는 치마 차림을 고수하는 것일까요?

승무원의 용모를 앞세운 항공사들의 마케팅은 오랜 전통입니다. 그래서 머리에 꽂는 실핀 개수부터 귀고리 크기까지 규정을 두는 등 지나칠 정도로 승무원의 용모와 복장을 제한하고 있죠. 이는 유니폼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에서 여성 승무원에게 바지 유니폼을 입게 하는 항공사는 더러 있지만 많은 편은 아닌데요. 국내 대형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 역시 여전히 바지 유니폼에 대한 의무 지급을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죠.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988년 창립 당시부터 여성 승무원들은 치마 유니폼만을 고집해 왔습니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는 취지로 바지 유니폼을 도입하지 않은 것인데요. 그러나 2012년 노동조합이 인권위에 이에 대한 진정을 제기하면서, 치마 외에 바지를 선택해 착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을 권고받게 되었죠.

하지만 권고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타 항공사에서는 치마와 바지 유니폼을 기본으로 지급하는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비용 문제를 이유로 희망자에 한 해 지급했죠. 또한, 회사에 바지를 신청하면 팀장 등 간부로부터 곧바로 전화가 와 정말로 입을거냐고 묻는다고 합니다. 상사들의 이런 압박에 결국은 신청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게 승무원들의 공통적인 답변이었는데요.

뒤늦게 바지 유니폼을 도입하면서 디자인과 재질 등을 신경 쓰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바지와 상의 유니폼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재질도 신축성이 없어 승무원들이 착용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하는데요. 이런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의 바지 유니폼 신청률은 약 2.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

반면, 대한항공은 2013년부터 치마와 바지에 대한 선택권을 절대적으로 승무원들에게 맡겨왔습니다. 누가 바지를 입었는지, 치마를 입었는지 신경이 안 쓰일 정도로 규제가 없다고 하죠. 물론 바지 유니폼은 활동성이 뛰어난 데다 일하기엔 편하겠지만, 속옷 라인까지 다 보이는 재질인데다가 너무 밝고 타이트해 입기 불편하다는 승무원들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복장과 관련한 논란은 비단 국내 항공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영국계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항공은 1946년 창사 이래로 여성 승무원들에게 반드시 치마만 착용할 것을 요구했는데요. 바지를 입을 자유에 대한 요청이 처음 나온 것은 2014년이었죠.

당시 유니폼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승무원 조합은 성희롱 등의 추행을 막고 더욱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바지를 입을 수 있게 해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자회사인 드래곤에어에서도 같은 요청이 지속적으로 터져 나오자, 결국 사측이 손을 들었는데요. 다음 유니폼 교체기에 여성 승무원의 바지 유니폼 착용도 허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승무원들의 복장이 불편하다는 여론은 오래전부터 있었는데요. 최근에는 국내 일부 저비용항공사를 중심으로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지만, 대형 항공사에서 일하는 승무원들에겐 여전히 엄격한 외모 규제가 통용되고 있죠. 비행기 안에서 이뤄지는 친절 서비스는 감정 노동에 가깝지만, 승객의 짐을 올리거나 기내식을 서비스하는 일은 육체노동입니다. 승무원의 편의와 활동성을 위해 이제 치마는 아름답고 바지는 밉다는 인식부터 바꿀 때가 됐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