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의 나라 스페인은 탱고, 플라멩코, 투우 등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심장을 뜨겁게 만들곤 합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는 축구로도 유명한 도시죠. 때문에 스페인은 열정이 가득한 국가로서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런데 스페인 북부에서는 정반대로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데요. 여행지로는 아직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이 많습니다.

북부 지방에는 스페인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만큼은 귀족들도 계급장을 떼고 여유를 즐긴 곳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매력을 가진 도시이길래 귀족들까지 사로잡았는지 그 궁금증을 품고 방문한 여행객들의 후기는 극찬뿐이죠. 오늘은 귀족들이 그들의 여름을 보냈다는 휴양지, 이곳의 구석구석을 담아보았습니다.

왕족의 여유로움 가득
산 세바스티안

스페인의 북부와 남부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북부는 열정적인 남부와 달리 시원하고 여유로운 느낌을 가지는데요. 그중 바스크 지방의 ‘산 세바스티안’은 스페인의 숨은 보석이라 불리는 해안 도시입니다. 1953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9월 스페인 최대 규모의 국제영화제가 개최되는 곳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죠.

산 세바스티안은 3세기 로마 황제의 친위대장이자 이 지역의 순교자였던 ‘성 세바스티아누스’의 이름을 딴 지명입니다. 현지 언어인 바스크어로 ‘도노스티아’라고 불리기도 하죠. 주변 유럽 국가 중에서는 프랑스와 지리적으로 가까이에 있습니다. 스페인의 인기 관광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는 기차로 각각 약 5, 6시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은 과거 스페인 왕족들의 휴가지였습니다. ‘휴가지’라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왕족들이 거주가 아닌 일시적으로 방문한 지역인데요. 산 세바스티안이 속한 바스크 지방에는 줄곧 왕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신을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말도 없어 수 세기 동안 학자들이 ‘바스크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려고 시도했죠. 하지만 혹여 누군가의 지배를 받았더라도 결코 동화되지 않은 지역이라는 추측만이 남았습니다. 실제로 현지인들은 평등주의 인식을 매우 강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왕비의 별장
미라마르 궁전

왕과 신, 그들의 존재가 없다고 해도 무방한 산 세바스티안의 평화로움을 즐긴 왕족 중 한 명은 19세기 중반 스페인 왕비 마리아 크리스티나입니다. 그가 산 세바스티안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머문 별장이 바로 미라마르 궁전인데요. 궁전은 1893년에 지어졌으며 외관이 화려하진 않지만 훌륭한 바다 전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라마르 궁전은 1973년 지방 의회에서 인수한 이후 현재는 공적 행사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궁전 내부 공간 중 일부는 19세기 가구와 장식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죠. 정원은 항시 무료 개방되어 있으며 관광객을 포함한 현지인들의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왕족들이 사랑한
콘차 해안

산 세바스티안의 핵심은 조개 모양의 콘차 해안입니다. 동쪽의 우르구이 산과 서쪽의 이겔도 산 사이로 뻗은 콘차 해안의 풍경은 절로 탄성이 나올 정도라고 하죠. 특히 해안의 푸른 빛깔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독특한 모양과 아름다운 절경으로 과거 왕족들의 사랑을 받은 콘차 해안. 현재는 일광욕, 산책부터 서핑의 성지로도 많은 서퍼들에게까지 환영받고 있습니다.

콘차 해안 한가운데 위치한 섬은 산타클라라입니다. 매년 6~9월 사이에는 해변의 항구와 이 섬을 오가는 보트가 운항되는데요. 보트의 특이한 점은 바닥의 일부가 유리로 되어 있어 탑승 시 바닷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콘차 해안의 푸른 빛깔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죠.

‘푸니쿨라’로 오르는
몬테 이겔도 전망대

푸니쿨라는 현재 케이블카로 더 잘 알려진 바스크 지방의 강삭철도입니다. 산 세바스티안에는 깊은 전통을 가진 푸니쿨라가 운행 중인데요. 스페인 전체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푸니쿨라로 무려 1912년부터 과거 작동 방식을 그대로 따라 운행하고 있죠. 이용 요금은 왕복 3.15유로(한화 약 4천 원)로 15분 간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산 세바스티안만의 교통수단 푸니쿨라를 타고 도착할 수 있는 곳은 몬테이겔도 전망대입니다. 몬테이겔도는 이 지역의 서쪽 산 이름이죠. 산 정상에 우뚝 솟아 있는 건물이 바로 전망대인데요. 이는 1854년부터 등대로 사용되었다가 목적을 잃게 된 후 1912년 전망대로 탈바꿈하며 관광명소가 된 곳입니다. 전망대에서는 산 세바스티안의 해안 절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미식의 도시
구시가지와 핀초스

우르구이 산 앞으로는 구시가지가 펼쳐집니다. 산 세바스티안은 세계적인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10개 이상인 ‘미식의 도시’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최고 등급인 3스타를 받은 식당이 무려 3곳이나 위치해 있기도 하죠. 구시가지에는 다양한 스페인 음식이 밀집해 있을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의 여유로움을 함께 느껴볼 수 있는 광장부터 시장까지 늘어서 있습니다.

미식의 도시를 대표하는 음식은 ‘핀초스’입니다. ‘핀초스’는 한입 요리라는 의미로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스페인 요리 명칭 ‘타파스’로도 불리곤 합니다. 핀초스는 작은 빵 위에 새우, 대구, 올리브 등 각종 재료를 꼬치의 스페인어 ‘핀초’로 고정한 바스크 지방의 전통 간식입니다.

이곳에서는 매년 핀초대회가 열리는데요. 해마다 많은 셰프들이 참여해 개성 가득한 핀초스를 선보이죠. 조금씩 유명해지고 있는 산 세바스티안. 독특한 핀초스에 바스크 지방의 화이트 와인 차콜라 한 잔의 로망을 품고 있는 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