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여자 승무원의 밝은 미소와 친절함일 텐데요. 그래서 한때 국내 주요 항공사들은 전속 모델에게 승무원 유니폼을 입힌 후 광고를 찍곤 했습니다. 아름답고 단아한 이미지의 승무원들이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광고 내용의 전부였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대한항공은 여타 항공사들이 전속 모델에게 승무원 유니폼을 입힌 광고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2008년부터 새로운 방식의 광고들을 선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대한항공이 다른 항공사들과 다르게 이런 독자적인 노선을 취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의 주요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기존에는 승무원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광고를 제작해 브랜드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전속 모델에게 승무원의 유니폼을 입히고, 주요 기내 서비스를 세부적으로 알리는 데 주력했죠.

하지만 대한항공은 2008년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카피를 기본으로 새로운 스토리텔링 컨셉의 광고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델이 미국을 여행하는 모습을 직접 광고에 담고, 공통된 카피로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는데요. 과거에 승무원을 중심으로 했던 광고와는 확연히 다른 성격이었습니다.

승무원 유니폼을 입은 모델을 이용해 기업의 이미지와 브랜드를 강조하기보다, 소비자에게 광고에 나오는 모습처럼 여행하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도록 미국 내 다양한 지역에서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광고를 통해 소비자가 여행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죠.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시리즈를 시작으로 대한항공은 취항지와 관련된 스토리텔링 방식의 광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제작했는데요. 항공사의 서비스와 기내 편의보다는 소비자들이 여행을 원하고 갈구할 수 있도록 여러 나라의 아름다운 모습과 관광지를 보여주며 자연스럽게 해외로 이끌 수 있는 매개체로서의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내가 사랑한 유럽’ 광고를 통해, 유럽 지역 탑승률이 약 10%가 증가하는 등 실제로 많은 광고 효과를 거두었죠. 이런 형식의 광고들은 모두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작품으로 알려졌는데요. 조현민이 중학생이던 1990년대 중반, 대한항공 광고는 승무원이 잠이 든 고객에게 담요를 덮어주는 뻔한 내용이었다고 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속이 터져서 광고 마케팅을 하겠다는 꿈을 키웠다고도 하죠.

이렇듯 대한항공의 새로운 광고가 국내외에서 잇따른 호평을 받으며 광고효과까지 톡톡히 누리자, 아시아나항공도 뒤늦게 이와 비슷한 노선을 택하게 됩니다. 스토리텔링 형식의 광고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죠. 그러나 대한항공만큼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습니다.

대한항공의 스토리텔링 광고는 모두 ‘취항지’와 ‘감성’이라는 여행 테마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는데요. 유니폼을 입은 승무원과 기내 서비스만을 강조하던 기존의 항공사 광고와 차별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강점으로 다가간 것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