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은 일본 여행의 묘미 중에 하나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혼밥의 나라답게 식당 밥이 부럽지 않은 각종 도시락과 냉동식품뿐만 아니라, 복사기와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데다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과 훌륭한 서비스를 갖춘 곳도 많죠. 이렇게 편리한 일본 편의점에서는 또 하나,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 있는데요.

바로 매대에 진열해서 판매하는 성인 잡지입니다. 일본 여행을 가게 되면 편의점에서 버젓이 파는 성인 잡지를 보고 낯 뜨거웠던 적 있으실 겁니다. 이는 주로 편의점 입구나 계산대 아래 가판대에 신문, 기타 잡지와 함께 진열해놓는데요. 남녀노소, 외국인 등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 대놓고 성인 잡지를 내걸고 판매하는 모습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특이한 광경이고, 심하게는 혐오감까지 줄 수 있죠.

그런데 최근 일본의 편의점 업체들이 잇따라 성인 잡지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망가라고 불리는 성인 만화 또한 판매 중지를 고려 중이라고 하는데요. 올해 열리는 럭비 월드컵과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대외적으로 그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일본 편의점 업계 1위인 세븐일레븐은 올해 8월 말까지, 전국 약 2만 개 점포 가운데 성인 잡지를 판매하고 있는 1만 5,000개의 점포에서 판매 중단을 권고했다고 밝혔죠. 거래처인 출판사들에도 성인 잡지 판매 중단 방침을 전달했습니다. 다만 성인 잡지 판매를 실제로 중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가맹점 자체의 판단에 달려있는데요. 하지만 본사가 직접 나서서 판매 추천을 중단한 이상, 가맹점 대부분이 판매를 중단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에 로손도 전국 1만 4,000개의 점포에서 더는 성인 잡지를 판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미 업계 2위인 패밀리마트는 지난해 4월부터 직영점에서 성인잡지 판매를 중단했으며, 가맹점도 잇따라 판매 중단을 진행하고 있죠. 미니스톱 역시 2017년 1월부터 7천 개 점포에서 성인잡지 판매를 중지했습니다. 

이러한 일본 편의점 업계의 갑작스러운 성인 잡지 퇴출 움직임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는데요. 표면적으로는 오는 9월 개막하는 럭비 월드컵과 내년 도쿄 하계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행사를 앞두고 외국인의 일본에 대한 이미지를 위한 것입니다. 특히 가족 단위와 어린이, 여성 등의 손님들을 배려하기 위한 선택이라는 분석인데요. 성인 잡지의 과격한 표지에 대한 혐오감과 아동의 눈에 띄지 않게 해주기를 바란다는 여성들의 요구를 배려한 것이죠. 

물론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고객이 편의점 매장에서 편안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하려는 조치이기도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경제적인 이유도 큽니다. 최근 온라인 성인물이 확산되자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성인잡지는 노인층이 핵심 구매층이 된 가운데 급격한 매출 감소세를 보여왔는데요. 세븐일레븐의 경우 매출이 10년 전의 약 3분의 일로 줄어들며, 전체 매출의 1%에도 못 미치는 정도로 감소하면서 수익이 적은 점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그동안 여성과 어린이도 자주 들르는 편의점에 성인잡지를 진열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원인이 어떻게 됐건, 업체들의 이러한 움직임으로 인해 앞으로는 일본 편의점의 잡지 판매대에서 성인 잡지가 진열된 모습은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