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쇼를 관람하거나 동물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물원은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평소 보기 힘든 동물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동물을 직접 만져보거나 먹이를 주는 체험 프로그램도 많이 성행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동물과의 ‘교감’이라는 명분 하에 생겨난 프로그램들 때문에 수많은 동물들이 스트레스와 피로도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한 동물원에서는 ‘호랑이 낚시’ 프로그램을 운영해 동물 학대 논란이 일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함께 살펴보시죠.

호랑이 낚시, 동물 학대 논란 일어

지난 6일 먹이를 낚싯대에 매달아 우리 안에 있는 호랑이에게 드리우는 동영상이 한 편이 중국 SNS를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중국 윈난성 쿤밍에 위치한 야생동물원에서 촬영된 이 영상에는 관람객들이 대나무로 만든 낚싯대를 호랑이 우리 안에 늘어뜨린 채 마치 물고기를 낚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담겼는데요.


앞서 2013년 동물 학대라고 여론의 거센 항의를 받았지만, 동물원 측은 개의치 않고 ‘호랑이 낚시’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해왔습니다. 한 번 낚시하는데 20~50위안(약 3,400~8,500원)의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하기 때문에 동물원이 올리는 수익도 쏠쏠했죠. 동물원 측은 이 프로그램이 우리에 갇힌 호랑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방법이라며 지난 10년 동안 호랑이가 아무도 해를 입히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서 호랑이 코로나19 양성 판정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호랑이 낚시 프로그램은 다시 역풍을 맞았는데요. 미국 뉴욕의 동물원에서 4살 암컷 호랑이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며 중국 네티즌의 관심이 급속히 고조된 것입니다. 이에 상하이 푸단대 생명과학원 연구원은 “동물을 인간의 놀림감으로 삼는 슬프고도 우스꽝스러운 장면”이라며 “호랑이의 침, 분뇨, 소변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어 이처럼 관람객들이 몰려드는 것은 방역의 관점에서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죠.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해당 동물원 측은 7일 공지를 발표하고 문제의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사태가 가라앉으면 해당 프로그램이 언제든 다시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멸종 위기인 초록 거북 낚시로 논란

이렇듯 관람객에게 동물을 만져보거나 먹이를 주는 기회를 제공하며 ‘교감’이나 ‘체험’으로 홍보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지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는 교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동물을 대하는 낮은 인식을 보여주는 학대에 가깝습니다.

중국 닝샤후이족자치구의 한 오션파크에서는 낚싯대로 거북에게 양배추를 주는 프로그램이 시행돼 논란이 된 바 있죠. 이른바 ‘거북이 낚시’ 프로그램에 동원된 거북은 놀랍게도 멸종 위기종인 초록 거북이었는데요. 개관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오션파크 측은 시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으며 거북에게 먹이 주기 체험 활동은 현재 중단된 상태입니다.

‘교감’이라는 탈을 쓴
동물체험이 위험한 이유


대부분의 나라에서 동물 학대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교감’이라는 명목 아래 동물원 프로그램에 동원된 동물들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갖은 학대를 당하는데요. 하나의 생명체로 대우받기보다는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곤 하죠. 이런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야생에서 사는 같은 종의 동물보다 일찍 죽음을 맞기도 합니다.


실제로 많은 동물원과 아쿠아리움 등에서 좁고 밀폐된 공간에 동물을 가둬놓고 구경거리로 취급하고 있죠. 뿐만이 아닙니다. 코끼리 트레킹과 돌고래 쇼, 마차 체험 등 여행지에 맞게 구성된 다양한 동물 관광 상품들도 넘쳐나는데요.

미국, 세차하는 코끼리 등장

앞서 미국 오리건 주의 동물원 와일드라이프 사파리에선 ‘코끼리 세차’ 프로그램을 운영해 동물보호단체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곳에서 25달러(약 2만 9,000원)를 내면 사람들은 차에 탄 채 코끼리가 긴 코로 물을 뿌리고 스펀지로 차를 닦아주는 세차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는데요. 이뿐만 아니라 코끼리와의 사진촬영, 코끼리 만지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코끼리를 동물원의 주요 수익 수단으로 활용했죠.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 운영 과정에서 코끼리들에게 가해지는 훈련 방식이 너무나도 가혹하다는 것인데요. 코끼리들은 ‘불훅’이라고 불리는 쇠갈고리에 반복적으로 찔려 고통을 입는 방식으로 사람의 지시에 따르도록 사육됩니다. 거친 야생성을 없애기 위한 과정으로 칼과 몽둥이에 찔리고 매질 당하는 의식을 치르기도 하죠. 따라서 코끼리 관광 상품에 동원된 코끼리 대부분이 심각한 질병을 갖고 있거나, 자해 같은 이상 행동을 많이 보이기도 합니다.

약물 투여에 무자비 폭행까지?

태국에서 가장 유명한 동물 관광 중에는 호랑이와 사진을 찍는 상품도 있는데요. 운영되고 있는 호랑이 관광 명소는 10곳, 무려 총 614마리의 호랑이가 갇혀 있죠. 이곳의 조련사들은 관광객들이 호랑이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호랑이에게 약물을 투여하거나 발톱을 제거하고, 무자비하게 폭행해 쇠줄에 묶어둡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의 호랑이들에게서는 맹수의 눈빛은 찾아볼 수 없고, 길든 고양이처럼 온순한 모습만 남아있죠.

북한에선 담배 피우는 침팬지도 등장

북한 평양 중앙동물원에서는 침팬지에게 담배를 피우도록 하는 프로그램까지 생겨났습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침팬지가 담배를 피우도록 훈련받은 것인데요. 사람 나이로 치면 19살인 이 암컷 침팬지는 하루에 한 갑 가량 담배를 피웁니다. 또 라이터가 없을 땐 누군가가 던져 준 담배꽁초의 불을 자기 담배에 붙여 피우기도 하죠.

동물보호단체들은 “인간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침팬지가 담배에 중독되도록 의도한 것이 얼마나 잔인한가”라면서 “동물을 착취하는 동물원의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비판했지만, 해당 동물원은 프로그램 운영을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평양에도 우수한 동물원이 있다고 외부에 선전 중이라고 하네요.


이처럼 동물과의 교감이라는 팻말을 앞세운 동물원 프로그램의 이면에는 동물들의 잔인한 학대가 수반되어 있는데요. 전 세계에는 아직도 열악한 환경과 학대 속에 사육되고 있는 동물들이 넘쳐나죠. 사람에게 인권이 있는 것처럼 동물에게도 동물권이 있으며,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고 동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교감’의 첫 시작이라는 점,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