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만 92세가 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생애 최초로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려 이목을 끌었습니다. 이는 여왕이 1976년 처음으로 이메일을 사용한 뒤, 무려 43년 만에 소셜미디어에 직접 도전한 것이라 더욱 화제가 되고 있죠.

그동안 여왕의 활동사진은 영국 왕실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공유해왔는데요. 이 계정은 왕실의 일상과 업무소식 등을 알리는 소통창구로 활용됐으며, 48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죠. 그러나 여왕이 직접 게시물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사람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습니다.  

여왕은 이날 런던의 과학 박물관을 방문한 뒤, 박물관 내에 있는 아이패드를 이용해 생애 첫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띄웠는데요. 과학박물관은 신기술과 커뮤니케이션을 지지하는 인물로 알려진 여왕이 사랑하는 장소입니다. 여왕은 지난 2014년에도 자신의 첫 번째 트윗을 이곳에서 올렸죠. 그녀는 로얄 아카이브에서 1843년 자신의 고조할아버지인 앨버트 왕자가 발명가이자 수학자였던 찰스 배비지로부터 받은 편지를 찍고, 그 사진을 왕실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게시했는데요. 

이 게시물에는 장문의 설명글도 함께 덧붙였습니다. 여왕은 “세계 최초의 컴퓨터학자인 찰스 배비지는 1843년 7월 차분기관을 설계한 뒤 앨버트 왕자에게 이를 시연했다”며, “시인 바이런의 딸인 에이다 러브레이스와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램인 해석기계를 설계한 것을 소개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편지 속 해석기계는 찰스 배비지가 1833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교수를 지내던 당시 고안한 기계식 계산기입니다. 당시의 낮은 기술 수준과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비록 해석기계는 실현되지 못했으나, 이 설계는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라고 불리며 여전히 명성을 이어가고 있죠.

글의 말미에는 “최근 어린이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코딩 교육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미래 세대의 교육가치와 잘 접목되는 과학 박물관에서 자신의 첫 포스팅을 시작하고 싶었다”고 전했는데요. 끝으로 ‘엘리자베스 R’이라고 서명했죠. R은 라틴어로 여왕을 일컫는 ‘Regina’를 의미합니다.

이날 여왕의 첫 게시물은 수십만 좋아요를 기록 했는데요. 사람들은 왕실 가족의 역사를 공유해준 데 감사하다며 존경심을 드러내거나, 92세로 고령인 여왕의 건강을 기원하는 댓글이 줄을이었죠. 그러나 여왕이 올린 이 최초의 게시글이 실제 그가 올린 것인지, 혹은 그의 곁에 있던 왕실 누군가의 작품인지에 대한 추측도 난무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10~20대 이용자가 다수인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여왕이 고령의 나이임에도 최신 기술에 발맞춰가고 있음을 보여준 것인데요. 여왕의 첫 인스타그램 데뷔는 최근 왕실이 내놓은 소셜미디어 지침과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죠. 

최근 영국 왕실은 왕실 소셜미디어 계정에 비방·모욕을 하거나, 성과 인종에 대한 차별적인 댓글을 달면 삭제하거나 형사고발 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여왕의 두 손자며느리인 케이트 미들턴과 메건 마클을 둘러싸고 온라인에서 온갖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자 으름장을 놓은 것인데요. 

방침 발표 후 사흘 만에 여왕이 직접 과학과 교육에 관한 내용으로 건전하게 소셜미디어를 이용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몸소 보인 것이죠. 92세의 고령임에도 활발하게 공식업무를 수행하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앞으로도 인스타그램에서 계속 만나 볼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