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각국에서 사재기 대란이 불고 있습니다. 생수와 쌀, 빵, 유제품과 같은 식료품은 물론이고 물티슈, 화장지, 손 세정제와 같은 생필품 판매도 급격하게 늘고 있죠. 각국 언론들은 ‘사재기가 불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텅 빈 진열대 사진들이 SNS를 통해 떠돌고 있습니다.


반면, 텅텅 빈 해외 마트의 진열대 상황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비교적 평온한 모습인데요. 마스크 코너와 일부 손 세정제 코너를 제외하고는 사재기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죠. 요즘 같은 비상 시기에 정반대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된 국내외 마트 상황을 비교해 살펴보겠습니다.

화장지 사려고 육탄전까지
전 세계 마트 ‘몸살’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화장지 대란이 벌어졌습니다. 앞서 홍콩, 일본, 프랑스 등 나라들에서 마트 내 화장지가 동나는 상황이 연출됐죠. 이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불안감에 생필품을 미리 사놓기 위한 것도 있지만, 화장지의 생산 재료가 마스크 원단과 같아 휴지를 구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는데요. 이에 각 나라의 보건 당국은 화장지는 충분히 자체 생산이 가능하며,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을 모두 믿어서는 안 된다고 국민들을 진정시켰지만, 사재기 현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호주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희한하게도 여타 물건보다 화장지 수요가 크게 늘었죠. 호주의 대형 마트에는 화장지를 미리 사놓으려고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화장지를 차지하기 위해 육탄전을 벌이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화장지 사재기 현상이 심각해지자 호주의 일부 마트는 ‘노약자 전용 쇼핑 시간’을 따로 도입했습니다. 휴지 구입 경쟁으로 인해 몸싸움까지 난무하는 상황에서 노약자를 보호하려는 조치였죠.

확진자 거의 없는 데도…
러시아에서도 사재기 열풍

코로나19가 비교적 잘 통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러시아에서도 최근 마트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18일 현재 러시아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18명, 사망자는 0명을 기록했는데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인구 이동 차단 등 사전 방역작업을 철저히 실시했기 때문에 코로나19의 대규모 확산을 성공적으로 억제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출하기도 했죠.


이같이 방역이 잘 되는 듯 보이는 러시아에서도 마트 매대가 텅텅 비는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이 같은 사재기 현상은 모스크바시의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상점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의 이동도 제한될 수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요. 또 확산 상황에 대한 당국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불안감도 사재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베트남 한인 마트서 물건 동나

15만 베트남 교민 중 5만 명 이상이 몰려사는 호치민 한인 밀집 거주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며 교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확진자 발생과 동시에 해당 아파트가 봉쇄됐다는 소식이 삽시간에 교민들 사이에 퍼지자 한인 마트에는 쌀, 휴지, 라면, 생수 등 생필품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순식간에 물건이 동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요.

베트남 다른 마트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주식인 고기, 생선, 야채, 통조림 등의 식료품은 물론이고 화장지와 개인위생용품, 세정제, 세제 등도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죠. 이에 베트남 정부는 “비축 물량이 충분하다”며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동요하는 민심을 잡기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미국에선 때아닌 총기 판매 급증?

미국도 상황은 심각합니다.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와 관련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이후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곳곳에서 벌어졌죠. 이 때문에 코스트코, 월마트 등 미국 대형 매장이 북새통을 이뤘으며 물과 화장지가 동나면서 진열대가 텅텅 비었습니다.


또 코로나 피해가 큰 뉴욕주, 워싱턴주에서는 때아닌 총기 사재기까지 벌어졌는데요. 이는 미국 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100명이 넘으면서 자신과 가족의 안전이 침해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이죠. 한편, 아시안을 향한 혐오가 점차 증가하고, 혐오 범죄로까지 이어지자 아시아계 주민들의 총기 구입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평온한 한국 마트 상황

반면, 보다 앞서 코로나19가 확산된 우리나라에서는 이 같은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급격히 악화된 지난달 중순 즈음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텅 빈 마트의 식료품 코너 사진이 떠돈 적은 있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죠. 코로나19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도 사재기 조짐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차이가 나타난 데에는 한국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도 있지만, 무엇보다 투명한 정보공개가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단기간에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할 때도 정부는 확진자 상황을 매일 공개하고 재난문자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진자의 거주지와 동선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죠. 결국 이 모든 과정을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공개한 덕에 불필요한 공포를 미리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세계 어느 곳도 청정 구역은 없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두려워하는 심리가 마트 사재기를 통해 반영되고 있는데요. 비상 시기에 식량과 생필품을 쟁여놓으려는 건 자연스러운 심리지만, 이럴 때일수록 개개인과 사회가 협조해 과도한 불안감을 떨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