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온천 여행만큼 온몸의 피로를 풀 수 있는 힐링 여행도 없습니다. 새하얀 설경을 배경으로 따끈한 온천욕을 즐기면 뭉쳤던 근육이 쫙 풀리며 상쾌한 기분이 절로 들곤 하는데요. 하지만 일본 온천에 방문했다가 몸에 새긴 문신 때문에 퇴짜를 맞았다는 후기들도 종종 들려오곤 합니다. 문신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일본에선 타투를 한 관광객들의 온천 출입을 불허하는 경우가 많았죠.

몸에 문신이 있으면 온천과 같은 공공장소에 못 들어가고, 스티커나 밴드로 가려야 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관광객이 많았습니다. 일례로 지난 2013년, 입술과 턱에 문신을 한 마오리족 여성이 일본 홋카이도 온천시설에 입장하려다 제지를 당한 일화도 있죠. 그렇다면 타투가 하나의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은 오늘날에도 일본 온천의 이런 규정은 유효할까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타투는 야쿠자의 상징?

오늘날 시대가 변화하면서 타투는 일반인들까지 널리 즐기는 주류 문화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요새는 연예인과 같은 공인들도 타투를 통해 자신의 취향을 신체 곳곳에 담고 있죠. 타투가 액세서리의 한 개념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타투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일본에는 과거 문신을 한 사람은 죄인이라는 인식이 있기도 했고 야쿠자와 같은 불량배들이 문신을 한다는 불편한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에도시대 일본에서는 타투가 야쿠자의 상징으로 쓰이면서 안 좋은 인식이 더욱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 실제 일본의 대중목욕탕과 온천, 골프장 등에서는 문신한 사람들에 대한 출입을 제한해왔죠.

타투 출입 금지는 옛말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일본 대다수의 온천에서는 타투를 한 사람에 대해 입욕을 불허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부정적으로 여겨졌던 타투에 대한 인식이 최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긍정적으로 바뀌면서 일본 온천들의 규정 또한 변화하고 있는데요. 타투를 점차 하나의 문화나 개성을 나타내는 용도로 받아들이는 온천 지배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2018년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타투를 새긴 고객 입욕 금지’라는 규정을 완화하는 온천들이 점점 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같은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고객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성인의 30%가 몸에 문신을 갖고 있는 등 문신에 개방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데요. 외국인 관광객이 주요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과거의 규정을 완화하거나 살색 테이프를 제공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을 마련 중인 온천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에서도 규제 완화 요구

일본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를 위해 온천에 문신을 한 손님들 출입 규정을 완화해 줄 것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을 방문하면 한 번쯤 들리는 곳이 온천일 정도로 인기가 높은데요. 정부에서는 타투에 대한 국내외 인식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타투를 한 손님들의 출입 규정을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2018년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에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약 200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온천을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실제로 문신을 새긴 고객의 입장을 전면 허용하기로 한 지바현의 한 온천 관계자는 “타투 같은 외모의 일부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온천들도 과거의 규정을 완화하거나 폐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죠.

입욕 가능한 온천 지도 공개

온천 휴양지로 유명한 일본 오이타현 벳부시는 이런 흐름에 발맞춰 몸에 문신을 새긴 사람도 입욕이 가능한 온천 지도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현의 온천 휴양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아지자 이 같은 시설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나선 것인데요. 지도에는 온천 입장이 가능한 50곳과 예약 전용 욕조를 사용할 수 있는 40곳 등 입장이 가능한 100여 곳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큰 온천이나 호텔 수영장 대부분은 여전히 타투를 한 관광객들의 입장 금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호텔 예약 담당자에 따르면 함께 이용하는 어린아이들이 공포감을 느낄 수 있어 입장 제한 규정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는데요. 문신을 새긴 관광객의 입욕을 허가하는 온천이 늘어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도착 후 온천 측으로부터 거절당해 실망하지 않도록 사전에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