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의 용모를 앞세운 항공사들의 마케팅은 오랜 전통입니다. 그래서 각 항공사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승무원의 용모에 대해 규정하고 있죠. 특히 여자 승무원은 이런 규정에 더더욱 엄격한데요. ‘승무원’ 하면 비행기에서 깔끔한 유니폼을 입고 친절한 웃음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 승무원의 모습을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죠.

시대가 변하면서 사회적 인식 또한 새롭게 자리 잡고 있지만 승무원들은 여전히 까다로운 용모 기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 외항사에서는 승무원이 타 항공사 승무원을 비난하는 사건이 발생해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해당 사건과 남아있는 승무원의 엄격한 용모 기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쟁사 직원을 비난한 승무원

지난해 9월, 폴란드 항공사 LOT의 한 승무원이 개인 SNS에 올린 사진과 발언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LOT 승무원 카타르지나 리히터가 경쟁사 영국 항공사 BRITISH AIRWAS(이하 BA)의 승무원들을 비난한 것이 화근이었죠. 그녀는 “영국항공 객실 승무원들의 용모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이중 턱과 고르지 못한 치아, 꽉 끼는 유니폼, 스타킹에 난 구멍이 눈에 띈다”라는 외모 평가 발언을 담았습니다. 함께 올린 사진은 BA 직원들을 몰래 촬영한 사진으로 사람들의 더 큰 분노를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카타르지나의 발언에 BA 항공사는 물론 그녀의 동료들까지 분노하며 그녀를 ‘불명예’로 낙인을 찍기도 했습니다. BA 항공사의 승무원들은 카타르지나의 악의적인 태도에 ”LOT폴란드항공 승무원은 경쟁사 승무원의 외모를 평가하고 비하하도록 교육받는 모양이지만, 우리는 승객을 안전히 지키는 것이 임무다“라고 반격하기도 했죠.

그녀가 받은 처벌의 수위

카타르지나의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해당 사건이 사회적으로 이슈를 모아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그녀의 항공사 LOT는 그녀에 대한 강한 처벌을 내렸습니다. 항공사 LOT는 이 사건에 대해 “이 상황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 개인 페이스북에 당사 직원 중 한 명이 게시한 의견은 자사에서 채택한 표준 기준과 가치 시스템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히며 그녀에게 해고 처분을 내렸습니다.

또한 “소셜 미디어 정책 및 직원에게 적용되는 절차 안내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한다”라고 덧붙였는데요. 이어 해당 정책의 중요성에 따라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받는 교육에서 다시 한번 강조될 것이라고 밝혔죠. 개인 SNS를 통한 자유로운 표현이라 하더라도 카타르지나의 사건과 같이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소셜미디어가 가진 파급력은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해고된 이후 카타르지나는?

항공사로부터 해고 조치를 받은 카타르지나는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고 당시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며 인정했습니다. 그녀는 현재 ‘Dealwithculture’라는 그녀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스스로를 ‘문화교류 심리학자’, ‘요가 카운슬러’라고 칭하며 새로 구한 직업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카타르지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올바른 방향으로 커리어를 설정해 주는 조언을 제공한다’며 자신의 새로운 시작을 이야기했죠.

유독 여성 승무원에게만
엄격한 규정

카타르지나 사건과 같이 승무원의 외모에 대한 압박과 인식은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항공은 프리미엄 항공사 이미지 유지를 목적으로 2015년 10월부터 승무원들의 체질량지수(BMI)의 일정 기준 유지를 요구해왔습니다. 이에 25년간 근무한 여성 스튜어디스를 기준보다 1파운드(약 0.45kg)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시켜 이슈가 되기도 했죠. 사실 체중에 대한 기준은 우리나라는 물론 인도, 파키스탄 등 여러 나라 항공사에도 존재하는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여성 승무원에게 유독 까다로운 항공사 규정은 체중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항공사 경우 여성 승무원의 복장, 외모에 대한 규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한데요. 외모 규정에는 머리에 꽂는 실핀 개수부터 네일과 립스틱 색상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또한 귀고리 길이와 디자인, 반지 등 착용 가능한 보석 개수도 제한되어 있죠.

최근 바지를 입은 여성 승무원이 많이 보인다고 해서 복장 규정이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닙니다. 바지의 경우 상의와 조화롭지 못한 점과 속옷 라인이 비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실제 여성 승무원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불편함을 알 수 있는데요. 여성 승무원의 유니폼은 대체로 구두, 치마 등 몸에 핏되는 스타일이죠. 또한 사람마다 팔 길이, 엉덩이 등 신체 사이즈가 각각 다른데 무조건 55와 66 사이즈 중에서 골라 입어야 하는 규정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승무원은 보이기 위한 직업이 아닌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입니다. 승무원 역할의 본질을 의심하게 만드는 외모나 복장 규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는 의문이 들죠. 성별을 넘어 승무원의 외모에 대한 기준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은 사실이지만 여성 승무원들이 그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