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은 해외여행을 떠날 때 챙겨야 하는 가장 중요한 필수품 중 하나입니다. 출국부터 입국까지, 그리고 여행 중에도 여권은 신분증과 같은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1순위로 챙겨야 하죠. 또 도난 및 분실 시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안전하게 휴대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영국 여왕의 경우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영국 여왕은 여권을 발급받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해외 입국 시에도 별도의 신고가 필요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영국 여왕은 어떤 이유로 해외여행 시 여권이 필요하지 않은 걸까요? 그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즉위 70년, 엘리자베스 2세

세계의 여러 국가 중에서는 아직 왕실이 존재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왕실 가문의 왕족으로 태어나면 금수저가 아닌 다이아몬드 수저나 마찬가지죠. 왕족이라는 권위로 막대한 부의 축적은 물론 명예까지 모두 가지게 됩니다. 영국도 아직까지 왕실이 존재하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엘리자베스 2세는 영국 최장기간 재위 군주의 기록을 세운 여왕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한국 안동 하회 마을에도 방문하여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죠. 1952년 부친 조지 6세의 급작스러운 서거로 왕위를 물려받아 오늘날까지 70년 넘게 영국을 통치해왔습니다.

오랜 통치 기간만큼 순자산도 많기로 유명합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2015년 그녀의 개인 재산이 약 5100억 원 정도라 밝혔는데요. 이는 왕실 재산이 제외되어 비교적 낮은 금액이 책정된 것이죠. 그녀의 사유 재산은 스코틀랜드의 발모럴 성과 노퍽 샌드링엄 하우스 등 왕실 재산의 일부인데요. 2017년 조세 피난처에 투자했다는 일부 자산이 무려 150억 원 정도로 실제 재산의 규모는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영국 여왕에게
여권이 필요 없는 이유

엘리자베스 2세의 재위 기간을 거쳐 간 영국 총리만 12명,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12명이나 바뀌었습니다. 무려 70년이 넘는 재위 기간 동안 엘리자베스 여왕은 왕성한 대외 활동으로 116개국을 방문했는데요. 하지만 영국 여왕은 국가를 이동할 때 별도의 여권을 소지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영국 여권은 여왕의 이름으로 발행되며 여왕은 ‘걸어 다니는 여권’과 동일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본래 여권의 사전적 의미는 “외국을 여행하는 국민에게 정부가 발급하는 증명 서류”입니다. 즉 해당 여행자의 국적 및 신분을 증명하고 해외여행을 허가하며 외국 관헌의 보호를 부탁하는 문서를 의미하죠. 하지만 영국과 영연방 왕국의 모든 여권은 국왕의 이름으로 발행됩니다. 따라서 국왕이 여권을 소지하는 것은 엄연히 신하인 외교부 장관에게 여행 가도 되냐고 허락받는 것과 같기 때문이죠. 반면, 여왕을 제외한 모든 왕족은 비행기 탑승 시 유효한 여권을 소지해야 합니다.

여행 시 일반인과 다른 점

따라서 영국 여왕은 여권 없이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유일한 영국인인데요. 여행을 다닐 때에도 일반인과는 다른 특이 사항들이 존재합니다. 이는 여왕을 비롯한 왕족도 해당하는 사항인데요. 여행을 다닐 때 자신의 혈액 주머니 그리고 의사와 함께한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여행을 가기 전, 숙소 근처의 병원 위치를 미리 알아둡니다. 혹시 모를 위급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죠. 또 병원에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가게 되는 경우 혈액 주머니와 수혈을 도와줄 의사와 동행해야 합니다.

심지어 이들은 자신이 마실 술조차도 직접 들고 다녀야 합니다. 타인이 제공하는 술에는 독살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여왕 및 왕족과 동행하는 경호원은 술이 든 가방을 여행 내내 들고 다녀야 합니다. 또 왕족이 사용하는 모든 짐가방에는 각자의 이름표가 붙여지는데요. 엘리자베스 2세의 짐가방에는 ‘여왕(The Queen)’이라는 노란색 이름표가 붙여집니다.

수많은 인원 동행,
나름의 고충도 존재

한편, 영국 여왕을 포함한 왕족이 원하면 언제 어디든 여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큰 오산입니다. 이들은 참여하는 모든 활동에서 사전에 계획된 대로 함께 가는 직원들의 지시를 받으며 움직입니다. 실제로 왕실 기자는 “난 왕족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세계 명소를 방문하는 시간은 단지 40분 이내다”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해외여행을 떠났지만 관광지를 자유롭게 방문할 수는 없다는 의미죠.

또 여행을 떠날 땐 경호원과 직원들이 동행합니다. 겉보기에는 자유롭고 오붓한 여행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수많은 인원들과 함께 하는데요. 어딜 가든 어떤 상황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죠. 하지만 휴가를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 온전히 자신만의 프라이빗한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점은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왕족이어서 누리는 것도 많지만 지켜야 할 점도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