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새가 있습니다. 바로 홍학인데요. 홍학은 우리에게도 플라밍고(Flamingo)라고 불리며 긴 다리와 귀여운 외모로 인기가 많죠. 홍학은 따뜻한 유럽 남부, 카스피해 연안, 아프리카, 카리브해 연안, 인도 북서부, 남아메리카 안데스 고지 호수 등에서 서식하며 길이는 1.2m에 달합니다.

홍학은 워낙 신비로운 색과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관광객들에게도 인기 만점인데요. 베네수엘라에 있는 아루바 섬에서는 홍학에게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다고 해 전 세계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죠. 하지만 최근에는 베네수엘라 홍학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어떤 일일까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홍학과 찍는 셀카

남미 베네수엘라 북쪽에 위치한 카리브 해안의 아루바(Aruba) 섬에는 핑크빛 홍학의 주요 서식지가 있습니다. 아루바 섬에서는 홍학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데요. 특히 아루바 섬의 ‘플라밍고 비치’에서는 홍학과 수영도 하고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또한 홍학과 멋진 셀카도 남길 수 있죠.


‘플라밍고 비치’는 수도 오란예스타트에서 수상 택시로 10분 거리에 있는 ‘르네상스 아루바 리조트’가 관리하는 곳으로, 이곳에 숙박하면 호텔의 프라이빗 섬인 플라밍고 비치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는 마치 동화 속에 온 것 같은 플라밍고와의 인증샷들로 넘쳐나는데요. 카리브해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홍학의 핑크색 자태가 만나 환상적인 모습을 자아냅니다.

연간 물가 상승률 2000%

하지만 최근 들어 베네수엘라 경제 상황이 심각해지며 베네수엘라 홍학들도 덩달아 위기를 맞이했다고 합니다. 베네수엘라는 1920~1970년대만 하더라도 주요 석유 수출국이자 생산국으로서 막대한 수입을 거둬들였는데요. 1973년 유가가 4배 상승하는 오일쇼크를 거치며 베네수엘라는 두둑한 오일머니를 챙기게 됩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는 갑작스러운 석유 발견으로 벼락부자가 되었기 때문에 농업, 제조업, 상공업과 심지어 사회기반시설 자체도 갖춰지지 않은 나라였습니다. 모든 국민이 석유 수입에만 의존하는 상황이었죠. 그러던 와중에 1981년 멕시코의 유전 발견을 시작으로 유가 하락 사태를 맞게 되었는데요. 결국 베네수엘라는 1989년에 국가부도 사태를 인정합니다.

이후 1998년 휴고 차베스 대통령은 석유로 벌어들이는 국가의 모든 수입을 국민 복지에 사용하는데요. 이 때문에 국민들은 게을러지고 부자들은 세금 압박으로 인해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사태까지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식량, 생필품, 의약품 등을 수입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는 오일머니가 급속히 고갈되며 결국 연간 물가 상승률이 올해 2000%에 육박했습니다.

현재 베네수엘라는 월급으로 고기 한 근과 계란 한 판도 못 사는 상황까지 도달했는데요. 서민들은 길거리에서 고철을 모아 콜롬비아에 팔아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도인 카라카스에는 식량부족으로 쓰레기통을 뒤지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베네수엘라 북부의 보카데우치레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은 식량부족으로 실신하는 사태도 연일 발생하고 있죠.

식량난에 희생되는 홍학

이처럼 심각한 식량난이 벌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서는 급기야 홍학까지 잡아먹기 시작했습니다. 현지 언론이 보도한 사진 속에는 버려진 홍학의 시체들을 다수 확인할 수 있는데요. 본래 홍학은 사냥감이 아니었지만 최근 들어 베네수엘라 술리아주 일부 주민들이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홍학 사냥에 나선 것이죠.

베네수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홍학 사냥은 과거에도 존재했습니다. 2016년부터 꽤 오래되었죠. 2017년에는 베네수엘라의 두 형제가 홍학 사냥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80시간 지역 사회봉사 처분에 그쳤기 때문에 베네수엘라 동물단체는 더욱 강력한 규제를 마련하고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무분별한 사냥 때문에 베네수엘라 모란 지역에 있는 홍학은 서식지 손실과 오염, 사냥으로 인해 개체 수가 급감했습니다. 2017년 베네수엘라 환경학자의 조사에 따르면 6개월의 관찰 기간 동안 17곳의 다른 장소에서 10마리의 죽은 홍학을 발견했는데요. 2001년에는 같은 시기에 2마리의 부상당한 홍학만 발견된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베네수엘라 국민이 직면한 식량난으로 인한 피해는 비단 홍학뿐만이 아닙니다. 카라카스 Caricuao 동물원의 멧돼지류인 페커리를 비롯한 동물들은 굶주린 사람들에 의해 도난당하고 있는데요. 또한 바다 상어, 돌고래는 불법 업자들에 포획되어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또한 멸종 위기에 처한 바다거북도 불법 거래되거나 인간의 식량으로 이용되는 일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죠. 베네수엘라의 경제 사태로 인해 동물들까지 위험에 처해진 상황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