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1,5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적은 어디일까요? 바로 중국인데요. 약 479만 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31.2%를 차지했죠. 지난 2017년 사드 보복조치의 여파로 방한하는 중국 여행객이 크게 감소했음에도 여전히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찾는 중국 여행객이 많은 만큼, 경제적 파급효과도 상당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내 관광산업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죠. 이들의 흐름이 내수 경기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이처럼 한국이 중국 여행객에 꼼짝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1,535만 명 중에서는 중국이 478만 9,512명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어 일본 295만 명, 대만 112만 명, 미국 97만 명 등 순이었는데요. 여전히 중국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죠.

이런 중국 여행객 수는 3년 전에 비교하면 곤두박질 한 수준입니다. 지난 2016년만 해도 방한 중국인이 807만 명에 달했으나, 2017년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촉발된 중국 정부의 한류 규제를 거치면서 지난해 479만 명으로 급감한 것인데요.

하지만 중국 경제의 급성장 및 중국인들의 소득수준 증가에 따른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 폭발로 인해, 전 세계 관광산업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과거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유커로 불리는 중국 여행객들은 씀씀이가 커 한국 관광업계가 좋아하는 고객들이죠.

유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쇼핑입니다. 이들은 소위 ‘큰손’으로 불릴 정도로 거대한 소비력을 가졌습니다. 중국 여행객들은 여행할 때 ‘아끼지 않고 즐겁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 쇼핑도 아끼지 않죠. 이들은 면세점뿐만 아니라 백화점, 화장품 매장 등 주요 관광지 일대에서 싹쓸이하다시피 쇼핑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슬프게도 서울 시내의 유명 면세점에 가면 점원들이 중국인 고객을 맞이하느라, 정작 한국인 고객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면세점은 매출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에게서 나온다고 할 정도인데요. 그러니 국내 유통업계는 중국 여행객 유치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죠.

사정은 관광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드 보복조치가 있기 전, 국내 관광산업의 중국 의존도는 절반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는데요. 중국의 자국 여행사에 대한 한국여행상품 판매금지 조치 등으로 중국인 여행객이 감소하자 국내 관광시장도 타격을 입었죠. 중국전담여행사는 휴업 또는 폐업 상태가 되었고, 중국 단체관광객을 주요 고객으로 영업하던 명동 등의 호텔들도 투숙객이 30% 이상 줄었습니다.

이렇듯 이들의 ‘유커 파워’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데요. 중국인 여행객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약 1억5천만 명에 달하는 유커가 해외여행에 나섰는데요. 이들은 이미 일본과 태국, 베트남, 러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주요 관광객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여행객이 뿌리는 외화의 힘에 의존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관광산업의 정체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중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얻는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데다 그 효과도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죠.

물론 중국 여행객의 소비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관광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지나친 의존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는데요. 사드 사태처럼 국내 관광산업에 어려움을 주는 외부상황은 계속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장 다변화 등 개선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아직 한한령을 전면적으로 풀지는 않았지만, 명동 거리에서 한동안 사라졌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은 최근 다시 증가하는 추세인데요. 중국 여행객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의존도를 다변화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 2년 사이 중국 여행객의 축소로 위축됐던 국내 유통·관광업계에도 다시 봄바람이 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