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럽 최대의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가 2021년부터 A380 기종의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A380은 장거리용 대형 여객기의 젊은 황제로 보잉 747과 함께 국제선 여객기의 상징과 같은 존재인데요. 한 번에 승객을 최대 800여 명까지 실어나를 수 있는 큰 규모 덕분에 2001년 개발 당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죠. 하지만 에어버스의 장기적인 계획과 막대한 투자에도, 불명예 조기 퇴역을 하게 되었는데요. 하늘 위의 7성급 호텔로 불리며 여행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이 항공기가 왜 사라질 운명에 처했을까요?

A380은 에어버스에서 만들어 내는 항공기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2층으로 구성된 객실에 이코노미와 비즈니스, 퍼스트 석으로 좌석을 배치할 경우 555석을, 전체를 이코노미석으로만 배치할 경우 853석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의 초대형 항공기입니다.

층마다 샤워시설과 라운지, 면세점 등 호화로운 편의시설도 있는데요. 이에 에어버스의 라이벌인 미국 보잉사의 보잉 747을 위협하는 적수로도 평가받곤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각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들은 모두 이 기종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죠.

에어버스는 당초 A380을 20년에 걸쳐 1,200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그러나 판매량은 신통찮았습니다. 연간 40대 이상 제작이 목표였지만, 지난해에는 고작 12대만 만들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주문량은 감소했고 심지어 취소 문의도 빗발쳤죠. 이유는 지나치게 큰 항공기의 규모 때문이었습니다. 대형 항공기의 특성상 편마다 500명이 넘는 승객을 채우기가 쉽지 않았고, 비행기 관리에도 다소 어려운 점이 있었다는 것인데요.

심지어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형 항공기의 효율은 더욱 나빠졌습니다. 항공사들은 A380 한 대를 띄우는 것보다, 중소형 항공기를 여러 대 운항하는 편이 훨씬 경제적이게 됐죠. 또한, 2000년대 중반부터 허브 공항을 통해 각지에서 환승한 승객을 대형 항공기에 한꺼번에 태워 나르는 방식이 점점 사라지고, 중소형 항공기를 통해 환승 없이 직항으로 이동하는 방식이 대세가 됐는데요. 이로써 대형 항공기의 필요성이 다소 낮아진 것도 하나의 이유였죠.

뿐만이 아닙니다. 큰 규모 때문에 공항에 새 활주로를 만들고, 2층 구조에 맞게 터미널을 개조하는 등 항공사와 공항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는데요. 그 사이 경쟁사 보잉은 가벼운 소재로 개발한 중형 항공기 B787을 내놓으며, A380의 판매량은 계속해서 타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A380은 승객들에게는 인기가 좋지만, 항공사 입장에선 지나치게 큰 덩치 때문에 부담스러운 기종이 돼버렸는데요.

이러한 이유로 최근 5년간 판매 부진을 겪으며 단종까지 심각하게 논의됐지만, 지난해 1월 주요 고객인 에미레이트 항공과 최소 20대, 최대 36대 주문 계약을 맺으며 극적으로 회생했죠. 그러나 이들이 최근에 주문을 취소하면서, 결국 생산 중단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에어버스의 CEO 톰 엔더스는 최근 몇 년간 A380 판매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남아있는 주문이 없기 때문에 생산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죠.

중동에서 가장 큰 항공사인 에미레이트 항공은 에어버스의 최대 고객으로 현재까지 A380 142대를 주문, 이 가운데 100대가량을 인수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사실상 A380의 존재 의의나 다름없었던 에미레이트 항공마저 주문을 취소했으니, 생산을 접게 된 것입니다. 에어버스는 2021년까지 A380 14대를 에미레이트 항공에 추가 인도한 뒤 생산을 중단하게 되죠. 2016년 이미 구조조정으로 1천 명 이상의 인원을 감축했지만, 이번 단종으로 인해 추가로 3,500명가량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고 하는데요. 향후 이 감원 정책에 대해서도 노조와 협상에 돌입할 것이라고 합니다.

A380은 경쟁사 보잉의 747시리즈를 꺾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보잉 747도 2022년께 생산이 중단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보잉747이 50년간 생산된 점에 비하면, A380은 경쟁자보다 훨씬 단명하게 된 것이죠. 이렇듯 초대형 항공기의 생존이 어려워지게 된 만큼, 앞으로는 어떤 항공기가 차세대 주력 기종이 될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