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세’라고 들어보셨나요? 출국할 때마다 세금을 내는 것을 말하는데요. 앞으로 일본에서 외국으로 떠나는 모든 사람은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1,000엔, 우리 돈으로 약 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일본 정부는 관광 진흥정책 재원 확보를 목표로 지난달부터 출국세를 징수하기 시작했죠.

출국세의 정식 명칭은 국제 관광 여객 세금입니다. 관광과 관련한 사업의 발전과 재정 충당을 위해 징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일본 정부는 이를 공항 출입국 시스템 개선과 다국어 안내판 설치, 관광 정보의 제공 역량 강화 등 관광 진흥에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일본 정부 관광국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연간 외국인 여행객 수가 매년 증가 추세인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에 따른 징수 세금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총 3,100만여 명으로, 이 중 한국인이 약 24%를 차지해 중국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출국세로 인한 세수 규모만 해도 약 5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죠.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출국세를 재원으로 일왕이 거주하는 황거의 자료관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혀 화제가 되었습니다. 도쿄 지요다 구에 있는 왕실 미술·공예품 전시 시설인 산노마루쇼조칸을 현재의 160㎡에서 1,300㎡로 약 8배 정도 대폭 확장하는 공사를 할 예정이라는데요. 이와 관련한 보수 비용으로 올해 예산안에 약 155억 9천만 원을 책정했는데, 출국세로 거둬들이는 돈의 일부를 사용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산노마루쇼조칸에는 9천800점의 미술·공예품이 보관돼 있는데요. 일본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궁내청은 당초 자료관의 공간을 360㎡로 넓힐 계획이었지만, 아베 내각을 비롯해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좁다고 지적하면서 대대적으로 확장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곳은 2025년까지 리모델링할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한편 관광 진흥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걷은 출국세를 왕실 자산으로 볼 수 있는 전시실 확장에 쓴다는 점에서 그 쓰임새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왕실 시설도 넓게 보면 관광시설로 볼 수 있지만, 외국인에게 걷은 세금으로 왕실의 자산을 꾸미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죠.

이에 일본 정부는 왕실 전시실을 리모델링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점에서 출국세를 쓸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는데요. 왕실 전시실이 위치한 왕궁 정원인 히가시교엔의 방문자 수는 지난해 165만 명으로 2012년에 비해 2배나 증가한 데다, 이 가운데 약 40%는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이유에서죠. 또한, 전시실을 넓히면 황거를 방문해 일본문화를 접하는 외국인이 지금보다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출국세는 항공 운임이나 선박 요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일반 여행자가 변화를 체감하긴 어렵지만, 이로 인해 항공료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이는데요. 관광 진흥 예산을 위해 외국인들에게까지 세금을 부담시킨다는 게 썩 달갑진 않죠. 과연 출국세가 일본 관광 산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다줄지 새삼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