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센 인도에서 부자들만 사용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마스크가 제작되어 논란이 일었습니다. 반면 빈민층은 한 장당 200원도 하지 않는 마스크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죠. 그들은 마스크 대신 직접 만든 천 마스크나 스카프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금과 보석 마스크는커녕 일반 마스크도 구매하기 힘든 그들의 모습은 인도의 빈부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줍니다.

알다시피 인도에는 ‘카스트제도’라는 신분제가 존재했습니다. 피라미드 꼭대기 층 계급인 브라만부터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까지 총 4개의 계급으로 나누어져 있는데요. 아예 카스트제도에 속하지 않는 최하층민인 불가촉천민도 있죠. 현재는 인도에서 법적으로 카스트제도를 인정하지 않지만 여전히 차별의 기준이 되어 각종 사회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최하위 계층인 ‘달리트’들은 인도 총인구의 약 15%에 달하며 실생활에서 여러 불평등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사원 출입이나 공동 화장실 사용이 금지되는 등 제약이 많으며 심지어 고위험 직업군을 도맡고 있는데요. ‘현대판 노예’라고 불리는 이들의 실상을 함께 만나보겠습니다.

하수구 오물 청소

인도 여행 중에 카스트제도의 잔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포인트를 꼽으라면 바로 하수구 청소공입니다. 이들의 심각한 작업 현장은 앞서 EBS ‘극한직업’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맨손으로 하수구에 쌓인 인분을 치우는 이들은 악취로 인한 구토와 어지러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힌두교에선 사람의 배설물을 불결하게 여겼고 그래서 불가촉천민인 달리트 계층이 치우는 일을 도맡아 하게 된 것이죠.

집안 대대로 하수구 청소 일을 하고 있는 한 청년은 “살아남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인분 청소 일을 했으며 이것 말고는 아무런 대안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바닥을 가득 메운 오물을 별다른 도구 없이 맨손으로 퍼내야 하는 이들은 극심한 악취를 이겨내기 위해 술을 마시고 하수구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하수구를 청소하는 일은 힘들기도 하지만 위험을 수반하는데요. 하수구에서 새어 나오는 가스로 매년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작년 통계에 따르면 인도에서 분변을 치우다가 사망한 작업자는 한 달에 100명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통계 됐습니다. 3일에 1명꼴로 하수구 속에서 숨지는 것입니다. 이들의 작업이 이처럼 위험을 동반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청소공들이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하수구 청소 작업을 도맡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인도 환경단체에 따르면 맨손으로 하수구를 청소하는 종사자는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호장비 미착용 등 문제가 성행하는 이유는 고용주들이 법규를 어겨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체 처리 전담

인도에서는 채 굳지 않은 핏자국, 시체가 부패하여 발생한 악취 및 구더기, 미처 치우지 못한 사체의 조각까지 보통 사람이라면 아연실색할 현장에서 일하는 것도 달리트의 몫입니다. 이들은 시체가 발생한 현장의 심각한 악취와 들끓는 구더기를 매일 마주해야 하는 정신적인 고통을 감수하고 깨끗하게 청소하는 일을 도맡고 있죠.

앞서 2005년 인도를 강타한 쓰나미 사건 때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쓰나미 참사 희생자의 시신 처리는 모두 불가촉천민들의 몫이었습니다. 이들은 찌는 듯한 열대성 기후로 빠르게 썩어가는 사망자의 시체 처리를 전담했는데요. 당시 쓰나미로 인한 피해국 중 유일하게 인도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었죠. 이들 청소부에게는 시체를 닦은 뒤 뿌린 방부제의 자극적인 냄새만이 유일한 위안이라고 하는데요. 15년이 지난 지금도 시체 처리 작업은 대부분 달리트들이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형 빨래터 노동자

달리트들의 열악한 작업환경을 눈으로 볼 수 있는 또 한 곳은 바로 ‘도비가트’입니다. 도비가트는 인도 뭄바이에 있는 빨래터로 약 180년 전부터 불가촉천민들이 이곳에 모여 빨래를 했던 곳입니다. 여기서 매일 수많은 양의 빨래를 받아 처리하는 작업을 하는 이들을 ‘도비왈라’라고 부르는데 보통 이 직업은 대를 물려 전수되고 있습니다.

도비왈라들은 인도 뭄바이 호텔과 대형 숙소에서 나오는 빨래들을 받아 처리하는 것으로 생업을 이어나갑니다. 굉장히 정신없어 보이지만 그중에서도 나름의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거품을 낸 뒤 골고루 비비고 헹궈서 널기까지 모든 공정이 세분화되었고 각자 맡은 일만 하는 분업구조인데요. 현지 가이드들은 관광객들에게 도비가트에 절대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작업이 워낙 정신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들어갔다가는 위험에 휩쓸릴 수도 때문이죠.

시위 빈번히 일어나

지난해 9월 인도 마디아프라데시주 바크헤디 마을에서는 10대 형제가 아침에 길거리에서 용변을 보다 상위 계급인 두 남성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들은 집에 화장실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거리에서 용변을 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같이 불가촉천민이라 불리는 달리트들을 향한 불평등 대우나 사회적 제약이 공공연히 이뤄지자 이를 반발하는 시위들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달리트에 속한 주민들이 며칠간 철도와 지하철, 버스 등을 막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많은 달리트들이 하수구 청소, 시체 처리 등의 일을 도맡고 있으며 차별이나 학대를 받는 등 문제가 최근까지도 불거지고 있는데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 IT 강국이라는 타이틀 이면에 드리워진 카스트제도의 잔재, 13억 인구를 가진 인도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이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