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70)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며 조양호 회장에 대한 형사재판은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부인인 이명희 씨와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재판은 지속되었는데요. 길고 긴 여정 끝에 4개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건의 시작, 땅콩 회항

땅콩 회항 사건은 모든 일의 시작과 같습니다.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부사장은 미국 뉴욕에서 한국으로 이륙 예정인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그곳에서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아 비행기를 회항시켰죠. 또 당시 책임자였던 수석 승무원을 강제로 내리게 했습니다. 해당 사건이 공개되자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고, 결국 조현아 부사장은 사태에 책임을 지고 부사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이후 대한항공이 언론에 공개되기 전 증거를 인멸하려 시도했다는 점과 거짓 진술을 강요했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 참여연대가 조현아 부사장을 항공법 및 항공보안법 위반 등으로 고발했죠. 이후 조사가 시작됐는데요. 법정 다툼 끝에 항로 변경 죄는 무죄 판결됐지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불법인 줄 몰랐다, 가사도우미

대항항공 모녀는 이후 불법 가사도우미를 사용함 혐의를 받았습니다. 어머니인 이명희 전 이사장은 혐의를 부인한 반면 조현아 부사장은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이들은 2013년부터 필리핀 여성 11명을 대한항공 직원으로 가장해 불법 입국, 가사도우미로 고용하였습니다. 이명희는 6명, 조현아 부사장이 5명을 고용했죠. 현행법상 외국인 가사도우미 취업은 불법입니다.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되자 조현아 전 부사장은 “늦은 나이에 출산해 육아와 회사 일을 병행하다 보니 편의를 위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다”라며 선처를 요청했습니다. 이명희 전 이사장은 “회사 비서실을 통해 구해달라 했을 뿐”이라며 “부정하게 입국했다는 건 몰랐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취업을 알선한 대한항공은 벌금 3000만 원을 구형 받았습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0만 원 그리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았습니다.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되었죠. 이명희 전 이사장은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16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받았습니다.

경악스러운 폭행, 욕설

조현아 전 부사장의 여동생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는 광고 대행업체에게 갑질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회의 자리에서 대행사 직원에게 물을 뿌렸다는 것인데요. 물컵을 사람을 향해 던졌다면 ‘특수 폭행’혐의가 적용되지만, 조현민은 바닥에 컵을 던졌다고 진술했습니다. 두 피해자도 처벌 의지를 피력하지 않아 법적으로 무혐의 처분되었습니다. 사건 당시 대한항공 전무를 사임했지만, 이어 한진칼 전무로 경영 복귀했습니다.

이명희 전 이사장이 2011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운전기사 포함 9명에게 폭언, 욕설 그리고 폭행을 22차례 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공식적인 피해자만 9명으로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녹음파일과 영상까지 공개되며 이명희 전 이사장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을 명령받았죠.

조현아는 남편 박 모 씨에게 폭행, 욕설을 하고 아동학대를 한 혐의로 형사고소됐습니다. 남편 박 모 씨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폭행, 폭언이 심해졌다며 이혼과 고소를 진행했습니다. 고소장에는 화가 난다며 박 모 씨에게 폭언하고 목을 조르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또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며 쌍둥이 아들에게 숟가락을 던졌다는 혐의도 받았죠. 법원은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지만, 아동학대 혐의는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돈도 많은데 굳이 밀수를?

조현아 전 부사장과 이명희 전 이사장이 대한항공을 통해 밀수를 저지른 혐의를 받았습니다. 공범으로 대한항공 직원 2명이 지목됐죠. 조현아는 20121년 1월부터 2018년 5월 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명품 의류와 가방을 사들였습니다. 이후 시가 8900여만 원 상당의 물품을 205차례나 대한항공 여객기로 밀수입했죠.

이명희는 2013년 5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대한항공 해외지사를 통해 도자기 등 장식용품을 여객기로 밀수입했습니다. 무려 3700여만 원 상당에 달하는 물품이었죠. 또 해외에서 산 3500여만 원의 고가 명품 소파를 자신이 아닌 ‘대한항공이 수입한 것’으로 허위 신고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법원은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그리고 사회봉사 80시간을 선고했습니다. 다소 금액이 작고 기간이 짧은 이명희 전 이사장에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700만 원을 선고했죠. 다만 같은 혐의로 송치된 조현민은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처분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