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유럽이나 아시아 사람들에 비해 상식이 부족하다는 인식은 꽤 오랫동안 있었습니다. 몇몇 세계여행 기행문 서적에서는 일상 속에서 마주치게 되는 미국인들의 멍청함을 생생히 증언할 정도죠. 심지어 유튜브나 구글에 ‘무식한 미국인’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면 수많은 관련 영상이나 기사들이 쏟아집니다. 그중에서도 미국인들이 상식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은 대개 세계 지리에 관련한 대목에서 나타나는데요. 알면 깜짝 놀란다는 미국인들의 세계 지리 상식, 어느 정도인지 알아봤습니다.

‘미국인은 무식하다’는 인식
사실일까?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 가운데 대한민국의 지도상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비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는데요. ‘한국 땅이 작아서’ 또는 ‘무시해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 미국인의 지리 문맹률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합니다.


지미 키멜 쇼에 나온 미국인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나라 이름을 대보게 하는 영상을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오답 퍼레이드가 펼쳐지는데요. 외국은커녕, 미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죠. 실제로 모닝 컨설트가 미국 성인 1천746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젊은 미국 시민의 11%가 지도에서 미국을 찾지 못했고, 일본은 58%, 프랑스는 65%, 영국은 69%에 달했습니다.


심지어 북한이 어디 있는지 물어보는 조사에서 단 36%만 맞췄다고 하는데요. 미국 언론들이 연일 북핵 이슈를 비중 있게 보도하지만, 정작 일반 미국 시민들에겐 관심 밖인 것을 보여주죠. 이에 지리학자 지리학자 하름 데 블리즈는 “미국의 영향력이 전 세계에 미치는 상황에서도 정작 미국의 지리 문맹률이 가장 높다”고 꼬집었습니다.

낮은 공교육 수준 탓

여기에는 극심한 소득의 불평등과 일관성 없는 미국의 교육제도를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자국민에게 제공하는 기초 교육의 내용이나 수준이 선진 유럽 국가들에 비해 매우 뒤처지는 편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미국 내 많은 수의 빈곤계층이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미국은 교사와 교육의 평균 수준 자체가 낮을뿐더러, 지역마다 학교들의 수준 편차가 큰 편입니다. 미국의 공립학교는 세금으로 운영되는데, 정부에서 이들 학교에 투자하는 예산은 항상 필요한 수준보다 모자라며, 예산 집행 상태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되어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죠. 또 빈민 지역에는 수준 낮은 공립학교가 2천여 곳에 달하며, 이런 학교들의 경우 졸업률이 50%가 될까 말까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중 최악인 디트로이트는 고등학교 진학자의 졸업률이 24.9% 수준으로,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낮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질의 교육을 받고 자란 미국인의 비율은 턱없이 적은 편인데요. 선진국임에도 항상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성적이 평균 아래를 맴돌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을 담당하는 게 주 정부다 보니 주마다 편차가 심한 것도 문제가 되는데요. 공립고 졸업률 기준으로 메인 주나 버몬트, 미네소타와 같은 곳은 90%에 가까울 정도로 졸업률이 높지만,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네바다 같은 곳은 50%대 수준으로 절반 가까이가 중등교육을 마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미국인 중 지리적 문맹이 많은 것은 사회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받는데요. 냉전 시대 미국 학생들은 지리학과에 진학하려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지금 미국 대학에서 지리학과는 찾아보기 힘든 희귀 학과가 됐습니다. 고등학교에서도 세계 지리 수입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있죠.

‘전 세계가 미국 중심으로 돌아가’
다른 나라에 관심 별로 없어

한편,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이 기본적으로 적은 것과, 미국 내 반지성주의도 이 같은 지리 문맹률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지금까지 20세기를 주도해왔고, 전 세계가 자국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인식 때문에 다른 나라에 관심 자체가 낮은 편이죠.


또한 미국은 서부 개척시대가 끝난 지 오래되지 않아 아직도 육체적으로 힘쓰는 일을 잘 하거나, 소위 더 ‘남성적’인 사람을 더 우월하게 취급하는 마초이즘이 만연해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는 공부에 전념하거나, 학술에 취미가 있는 학생을 ‘너드’라고 부르며 깔보는 풍조가 있죠.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양질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식인들을 깔보는 풍조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없음에도, 미국인들의 이러한 인식은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습니다.

기독교 근본주의 또한 반지성주의의 축을 담당하는데요. 미국인들 중 문학, 역사, 과학 등 학문으로 식견을 쌓기보다, 오직 성경에 기반하여 사고하는 등 다른 선진국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기독교 근본주의적인 신자들이 많은 편이죠.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의 18%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는다고 하는데요. 미국인 5명당 한 명 꼴로 천동설을 믿는 셈이니 실로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습니다.

‘스페셜리스트’ 지향하는 미국 사회

물론 이는 절대적인 게 아니며, 위에 나열한 이유와 특징으로 미국인 전체를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스페셜리스트’를 지향하는 사회로, 학교 교육에서 딱히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관심 분야를 깊이 파서 놀랄만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죠. 한국처럼 교과에 많은 시간을 뺏기지 않아도 되니 스스로 알고 싶은 것들을 공부할 수 있는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은 편입니다.

때문에 미국엔 특정 분야에 특출난 인재들이 많은 반면, 한국엔 다양한 분야에서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둘 중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각자의 장단점이 존재하며,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교육 방침이 필요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