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회의 문이 좁아졌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연예인만 해도 과거 데뷔하는 방법이 다양했었죠. 미스코리아부터 길거리 캐스팅, 백댄서 등 연습생 과정 없이 데뷔할 방법이 무궁무진했습니다. 특배 백댄서로 출발해 성공한 가수도 상당했는데요. 코요테의 김종민, 최창민, 비가 대표적인 백댄서 출신 연예인이었죠.

이처럼 어느 정도인지도를 얻은 백댄서는 연예인으로 전향하곤 했는데요. 과거 나름 팬덤까지 생겼지만 데뷔와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걸어 화제가 된 전직 백댄서가 있습니다. 심지어 한국인 ‘최초’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는데요. 남다른 헤어스타일로 백댄서 계의 인순이라 불린 이 전직 백댄서의 근황을 조금 더 알아봅니다.

뽀글 파마로 평정한 무대

신화 팬들 사이에서 ‘인순이 언니’로 불린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안무 그룹 스위치 소속의 백댄서 임세아입니다. 그는 유명 가수인 신화, 리쌍, 싸이의 무대로 이름을 알렸죠. 그중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높았던 건 아이돌 그룹 신화의 ‘브랜드 뉴’ 활동 때였습니다. 파워풀한 댄스와 카리스마 그리고 뽀글거리는 남다른 헤어스타일로 팬심을 사로잡았죠. 덕분에 신화 팬들 사이에선 ‘인순이 언니’라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임세아가 본래부터 백댄서를 목표로 한건 아니었습니다. 본래는 불문학 전공의 대학생이었는데요. 주변에 음악 하는 사람이 많아 자연히 춤을 배웠고 곧 춤의 매력에 홀딱 빠지고 맙니다. 그러다 래퍼 윤희중의 추천으로 혼성그룹 ‘철이와 미애’의 미애와 안면을 트게 되죠. 그렇게 임세아는 미애의 권유로 안무팀 ‘스위치’ 소속이 됩니다.

이후 임세아는 DJ DOC 런투유부터 싸이 챔피언 등 각종 무대에 서며 그 실력을 인정받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발목 부상을 입게 됐죠. 춤을 충수 없다는 소식에 임세아는 진로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다 어린 시절 꿈이었던 디자이너를 떠올렸죠. 당시 대학을 졸업할 나이였음에도 임세아는 불문학을 믿고 2005년 파리로 떠납니다.

우연한 기회, 적성을 찾다

프랑스에 도착한 그는 현지 적응에 나서는 한편 부족한 언어 실력을 늘리고 있었는데요. 그러다 패턴 디자이너 양성 학교 AICP가 신입생 모집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AICP는 디자이너 학교는 아니지만 1837년 재단사 출신 라데베즈가 설립한 유서 깊은 학교입니다. 임세아는 무작정 지원서를 냈고 합격해 2006년 양성 과정을 밟게 됩니다.

사실 패턴 디자이너는 임세아의 목표인 디자이너와 조금 다른 직종입니다. 디자이너가 스케치한 옷을 실제 옷으로 구현하는 직업이죠. 다만 임세아는 일단 디자이너 되는 데 도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패턴 디자인을 지원했다 밝혔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패턴 디자이너의 일이 자신과 딱 맞음을 알게 됐죠.

패턴 디자이너 업무는 꼼꼼하다 못해 까다로운 성격을 요구합니다. 패턴이 1~2mm만 차이나도 옷의 느낌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죠. 임세아는 그런 패턴 디자이너의 일이 자신의 성격과 딱 맞았다고 밝혔습니다. 정작 스트레스는 그 외적인 면에서 왔는데요. 불어를 우선시하는 프랑스 문화 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임세아는 불어로 말싸움할 수 있을 때까지 돈을 떼 먹히는 등 각종 불이익을 겪어야 했죠.

실력을 인정받다

힘든 시간 끝에 2008년, 임세아는 디올 어시스턴트 모델리스트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딛습니다. 폴 카(Paule Ka)와 프랑크 소르비에(Frank Sorbier)의 오트쿠튀르를 거쳤죠. 경력을 쌓은 그는 2010년 셀린느로 자리를 옮겼는데요. 2년 뒤 파코라반의 스카우트를 받아 패턴실 실장이 됩니다. 당시 파코라반은 1999년 마지막 컬렉션 이후 잠정 은퇴한 상태였죠.

파코라반의 재론칭 멤버로 스카우트된 임세아는 2012년 봄·여름 파리 컬렉션을 통해 파코라반을 패션계로 복귀시킵니다. 당시 그가 만든 옷은 레이디 가가와 케이티 페리의 러브콜을 받았죠. 또 다른 스카우트 제의도 왔습니다. 카타르 왕비 셰이카 모자 빈트 나세르 알미스네드의 럭셔리 패션 브랜드 QELA였죠. 임세아는 모델리스트 겸 테크니컬 매니저로 이적해 남다른 실력을 뽐냈습니다.

한국 최초의 디올 디자이너

다양한 브랜드에서 경험을 쌓은 임세아는 다시 디올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한국인 최초의 디올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죠. 그리고 그 실력을 골든 글로브에 맘껏 풀어놓았습니다. 당시 임세아의 옷을 입은 스타만 무려 4명인데요. 샤를리즈 테론, 제니퍼 애니스톤, 다코다 패닝, 시고니 위버가 임세아가 만든 옷을 입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샤를리즈 테론의 드레스였습니다. 패션계의 이목이 집중됐죠. 덕분에 샤를리즈 테론은 나가다 돌아와 감사하다며 포옹까지 했습니다. 시상 식 후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보내며 만족감을 드러냈죠. 덕분인지 임세아는 골든 글로브 이후 바로 파리 패션위크에 투입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