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조선일보 / 서울경제

호날두 ‘노쇼’에 대한 축구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호날두는 K리그 올스타와 소속팀 유벤투스와의 친선경기에 참가하기 위해 지난 26일 내한했지만, 계약사항과 달리 단 1분도 뛰지 않고 벤치만 지키다 돌아갔죠. 세계적인 선수의 플레이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설렘을 안고 경기장을 찾은 호날두 팬들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는 목소리까지 들려오기 시작했죠. 이런 와중에 지난 95년 방한해 실망과 기쁨을 동시에 안겨준 슈퍼스타 축구 선수의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는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축구의 신’ 마라도나입니다.

1분도 안 뛴 호날두, 집에 가서 러닝머신


출처: JTBC 뉴스룸

이번 친선경기의 티켓값은 최고 40만 원을 호가했습니다. 주관사 ‘더 페스타’와 유벤투스의 계약에는 호날두 45분 이상 출전 조항도 포함되어 있었죠. 하지만 호날두는 경기 내내 벤치만 지키고 앉아 몸조차 풀지 않았습니다. 유벤투스는 경기 당일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전용기로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입국이 늦어지는 바람에 팬 사인회는 취소되고 경기는 50분가량 지연되었죠. 그래도 그라운드를 뛰는 호날두를 볼 수 있다는 일념 하에 끈기 있게 기다린 팬들의 함성은 경기 후반으로 치닫자 야유로 바뀌었습니다.

출처: 호날두 인스타그램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참기 힘든 상황인데, 호날두는 한 술 더 뜹니다. 27일 인스타그램에 러닝머신 위에서 장난치는 영상을 게시하며 “Nice to back home”이라는 문구를 적어놓았죠. 이를 본 한국 축구팬들은 “컨디션 난조, 근육 문제라더니 러닝머신 뛸 힘은 있나 보네”, “놀리려고 일부러 저러는 것 같다” 등 더욱 화가 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마라도나, 차에서 내리더니 괴성 지르며…


Youtube KBS Sports

천문학적인 액수의 수입을 올리는 스포츠 스타는 다 이런 걸까요? 95년 방한해 한국 국가대표와의 경기를 펼친 마라도나도 지각 입국, 일정 취소 등의 문제를 일으켜 언론의 질타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는 비행기를 놓치는 바람에 10여 시간 늦게 입국했고, 호텔에서 열린 월드컵 유치위원회 설명회에 50분 늦게 나타났습니다. 이튿날 서울역 광장에서 예정되었던 사인회에는 1시간 이상 지각하더니 개인기를 조금 선보이고 돌연 철수해 버렸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입국 이틀 뒤에는 어린이 축구교실에 참석하러 가던 중 갑자기 차에서 내려 괴성을 지르며 일정을 취소하고, 이어 KBS 뉴스라인 녹화계획까지 백지화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대한 축구 협회의 한 관계자는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그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어 그의 요구대로 경기에 전념하도록 배려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죠. 한편 마라도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컨디션 관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누를 끼쳤다”며 축구 협회 측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네요.

열정적 경기, 한국 지지 발언도


출처: KBS Sports

마라도나가 약속한 일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경기에 임하는 태도만큼은 호날두와 달랐습니다. 득점은 없었지만 현란한 드리블, 정확한 패스를 선보이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죠. 카를로스 메넴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과 경기장에서 다정하게 웃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KBS Sports / 중앙일보

경기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김포공항에 도착해 대한 축구 협회 전무와 악수한 뒤에는 익살스러운 몸짓과 함께 “서울에 오게 돼 너무 기쁘다”고 큰 소리로 인사했죠. 경기가 끝난 후에는 “오늘 1분 1분 뛰면서 팬들의 좋은 반응이 있었을 때 감격을 받았다”며 “팬들이 원할 때까지 운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게다가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은 당연히 한국이 되어야 한다”며 공개적인 지지 발언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작은 행사도 성심성의껏


출처: 조선일보

마라도나의 방한은 22년 만인 2017년 다시 한 번 이루어집니다. 이번에는 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 월드컵 코리아 2017의 본선 조 추첨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죠. 본 행사가 열리기 전, 수원 화성행궁 앞에서의 5 대 5 미니 축구 경기도 예정되어 있었는데요. 마라도나는 저번처럼 괴성을 지르며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성심성의껏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만삭 임산부를 연상케하는 불룩 나온 배,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년의 전설다운 기량을 뽐냈죠.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중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에게 허벅지를 가격당하는 사진을 건네받자, “태권 사커 사건을 당연히 기억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천재적인 기량을 타고났지만, 마라도나는 사실 부침이 많은 선수였습니다. 1991년 처음으로 코카인 양성 판정을 받은 그는 1997년 선수 생활을 마칠 때까지도 마약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죠.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활약할 당시 상당한 액수의 탈세를 저지르는 바람에 아직도 이탈리아 입국 시마다 고가품을 압수당한다고 합니다.

출처: 마라도나 페이스북 / 뉴스줌

한국 팬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도 있었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르헨티나-아이슬란드전에서 한국 축구팬을 향해 눈 찢는 제스처를 취했죠. 논란이 커지자 마라도나는 “멀리서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우리를 촬영하는 아시아 소년을 보았다”면서 “아시아인들이 우리를 응원해주는 것이 얼마나 근사해 보였는지를 말해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마라도나의 방한기를 살펴보았습니다. 굉장히 다혈질에 즉흥적인 선수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마약이나 탈세, 인종차별 등은 결코 어물쩍 넘어가서는 안되는, 비판받아 마땅한 사안입니다. 다만 방한 일정을 소화하는 데 있어서, 적어도 본 행사에서는 매번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자신의 실수에 대한 사과도 재빠른 편이었죠. 찌푸리며 입국해 1분도 뛰지 않고 돌아간 호날두와 가장 크게 비교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