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가 급격히 터진 설 연휴부터 중국 정부는 도시 봉쇄 정책을 내렸습니다. 당시 제일 첫 번째로 봉쇄된 도시는 코로나19의 진원지인 우한이었는데요. 우한시는 지난 1월 23일 외부와의 모든 출입을 봉쇄했고, 2월 11일부터는 모든 아파트 단지 출입을 금지한 상태죠. 또 2월 18일부터는 우한시 주민들의 생필품을 단지별로 주문받아 공급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외부와 단절된 채 갇혀 지내는 우한 주민들에게 관리위원회와 자원봉사자들이 최근까지도 음식 등 생필품을 집 앞까지 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집안에 갇혀 지내는 것도 힘든데, 주문한 식품이 쓰레기차로 운반되는 일이 벌어져 주민들의 공분을 샀습니다. 지난 11일 우한시 칭산구의 한 주택단지에서 돼지고기 1천 봉지가 쓰레기차에 실려 배송되어 논란이 됐는데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사람이 먹는 음식을 쓰레기차에 싣게 된 걸까요?

쓰레기차에서 쏟아진 냉동육 1천 봉지

이 사건은 분노한 주민들이 직접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알려졌는데요. 차체에 떡하니 ‘환경 위생을 지키자’라고 쓰인 쓰레기 트럭에서 돼지고기가 무더기로 쏟아지는 장면이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게다가 돼지고기를 일회용 비닐로 대충 묶어 천 한장 깔린 바닥에 그대로 투하해 충격을 주었는데요. 격리 생활을 하는 우한 시민들이 먹을 식재료를 냉장, 냉동 기능조차 탑재되지 않은 쓰레기 트럭에 그대로 실어 날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습니다.

성난 민심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사진을 본 중국 네티즌들은 “구역질 난다”, “이런 걸 먹으라는 거냐”며 분노를 쏟아냈죠. 무엇보다 주민들의 생활을 보장한다는 지역위원회가 위생 개념도 없이 하루에도 수백 봉지의 쓰레기가 오르내리는 트럭에 음식을 운반하여 논란이 커졌는데요.

뿐만 아닙니다. 앞서 중국 위챗, 웨이보 등 SNS를 통해 주민들에게 배달된 냉동육 상태가 이상하다는 의문이 제기되었죠. “돼지고기 색깔이 이상한데 이거 먹어도 되는거냐”, “배달된 돼지고기를 먹고 온 가족이 몸에 탈이났다”며 폭로하고 나섰죠.

쓰레기차에 이어 운구차로 식료품 배송?


식료품 배송에 동원된 건 비단 쓰레기차뿐만이 아니었는데요. 사건이 발생한 3일 뒤인 지난 14일, 우한시 황피구 주민들이 공동구매한 돼지고기와 양배추 등 생활물자가 시신을 옮기는 운구차에 운반된 일까지 벌어졌죠. 또 바퀴가 달린 쓰레기통, 벽돌을 운반하는 브리카 등에 음식을 실어 나른 사실이 알려지며 누리꾼들은 “기가 찬다” “이제 아무 차량이나 다 동원하네” 등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실 앞서도 우한시 지역위원회가 주민들의 생활물자 운반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요. 지역위원회가 야채와 고기를 격리된 가정으로 배달해 주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는 지적이었죠. 이에 지난 5일 코로나19 대응 관련 중앙 지도팀을 이끄는 쑨춘란(孫春蘭) 부총리가 우한 주거지역을 시찰할 당시, 아파트 고층에서 주민들이 부총리를 향해 거친 고함을 쏟아낸 일도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가짜다 가짜”, “형식주의다”라고 외치며 보여주기식 행정에 항의했는데요. 이 장면이 웨이보에 공개되며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죠. 그도 그럴 것이 중국 공산당의 핵심 인사에 대놓고 항의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서둘러 사태 수습에 나섰으나…

논란이 거세지자 우한시 당국은 서둘러 조사에 착수해 관련자 처벌 등 수습에 나섰습니다. 당국은 쓰레기 트럭에 실린 돼지고기 1000개가 모두 폐기될 것이며 주민들은 안전하고 깨끗한 새로운 돼지고기를 다시 받게 될 것이라고 약속했죠. 또 “식량 운송의 위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주민들의 신체적, 심리적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며 정부에서 나서서 지역위원회 당서기 등 4명을 해임했는데요.

이 같은 당국의 사과와 관계자 해임 조치에도 불구하고 민심은 걷잡을 수없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먹는 음식을 일말의 양심 가책도 없이 운반한 데 대해 시민들은 “이런 음식 먹고 탈이라도 나면 어떻게 책임질 거냐” “이게 사과한다고 해결될 문제냐”는 등 논란은 쉽게 종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