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의 나라가 존재하는 만큼 다양한 법도 많습니다. ‘이런 법도 있다고?’라고 할 정도로 독특한 법도 있는데요. 일례로 태평양 남쪽에 있는 ‘팔라우’는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해 선크림 사용과 판매가 불법입니다. 한편 태국에도 굉장히 독특한 법이 있다고 해서 화제입니다. 최대 징역 15년에 처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법인데요. 어떤 법일까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입헌군주제 국가 태국


태국은 입헌군주제를 채택한 나라입니다. 입헌군주제 국가에서는 군주가 존재하지만 군주가 직접 통치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에 따라 군주의 권력은 제한받고 국민이 선출한 대표가 국가를 통치하는 방식이죠. 태국 외에도 영국, 일본, 네덜란드, 스페인,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 입헌군주제 국가입니다.


따라서 보통 입헌군주제 국가 속 왕실은 상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정치에서는 한발 물러나있습니다. 하지만 태국은 유독 ‘짜끄리 왕가’의 힘이 강한 나라로, 이들은 정치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일례로 태국 군대가 정치 개입을 하기 위해서는 국왕의 승인이 필요할 정도죠. 태국의 군부를 ‘왕의 군대’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불교의 힘이 강한 태국에서 국왕은 헌법이 명시한 바 ‘불교도이며 종교의 수호자’로서 군림하는 인물입니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신성하고 절대적인 존재로 여겨지는데요. 이 때문에 태국에서는 왕실에 대한 예의를 전제군주제 시절에 버금갈 만큼 엄격히 지킬 것을 요구합니다.

호통 한마디로 쿠데타 정리

왕실 권력 강화의 수문을 연 인물은 ‘라마 9세 대왕’인 ‘푸미폰 아둔야뎃’입니다. 그는 1946년부터 2016년까지 70년간 태국을 수호한 국왕입니다. 1932년 군사 쿠데타로 전제군주제가 폐지되고 입헌군주제가 도입되며 왕권은 바닥에 떨어지게 되는데요. 이때 라마 9세가 등장해 왕실이 흔들리지 않도록 기반을 다졌습니다.

또한 1992년 태국 군부가 의회를 무력으로 해산시키고 이에 맞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는데요. 경찰들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총기를 발포해 태국 사회가 혼비백산이었습니다. 이때 라마 9세는 군부 세력을 왕실로 불러들여 호통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줬습니다. 그 결과 군사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갔죠.

지폐 밟으면 징역

따라서 태국에서는 강력한 권력을 지닌 왕실을 모독했다가 처벌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일례로 태국에서는 바닥에 떨어진 지폐나 동전을 밟으면 철창신세를 질 수 있습니다. 화폐에 그려진 푸미폰 전 국왕을 밟고 비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한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태국 지폐를 접어서도 안된다는 말이 있는데요. 하지만 접어서 다녀도 별 탈이 없었다는 후기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왕에 대한 경외심이 대단한 태국은 아침 8시와 저녁 6시에 학교와 관공서, 지하철역 등에 국왕 찬가를 송출합니다. 이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엄숙하게 국왕 찬가를 들어야 합니다. 외국인도 물론 해당이 되는데요. 만약 일어나는 것을 거부한다면 국왕 모독 죄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태국 곳곳에 걸린 국왕의 초상화를 찢는 행위, 국왕의 친족을 험담하는 행위도 발각이 되면 ‘국왕 모독 죄’로 징역 최대 15년에 처할 수 있습니다. 태국의 엄격한 국왕 모독법으로 미루어 볼 때, 앞서 말한 라마 9세 대왕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장본인’이라는 비판도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인권단체 강력 비판

실제로 국왕모독죄 처벌받은 사례도 적잖이 있습니다. 2008년에는 20대 여성 ‘라차핀 찬차로엔’이 방콕 영화관에서 국왕 찬가에 경의를 표하지 않았는데요. 더불어 기립하라는 주변 관객들의 요구에 모욕적인 언행을 보였습니다. 결국 이 여성은 체포되어 구금되었죠. 그녀는 경찰 진술에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외국인도 처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2011년에는 미국 시민권자인 조 고든이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일하는 동안 태국에서 금지된 푸미폰 국왕의 전기를 번역해 인터넷에 게재했습니다. 그는 이후 신병 치료차 태국을 방문했는데요. 북동부에 위치한 나콘라차시마주에서 머물다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9년에는 왕실모독죄 처벌을 피해 베트남으로 도피한 3명이 태국으로 인도된 뒤 행방불명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체포된 이들은 왕실 인사들을 비판하고 입헌군주제를 반대하는 내용을 유튜브에 올렸는데요. 태국에서는 왕실과 군부를 비판하는 이들의 실종사건이 종종 발생하는데, 타살 의혹이 제기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엠네스티와 유엔을 비롯한 인권단체에서는 표현의 자유와 인권 등을 침해하는 국왕모독죄 법을 폐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태국의 노동운동가인 솜욧 프룩사카셈숙은 왕실 가족을 모욕하는 글을 쓴 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는데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아시아 지부는 “재판부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대신 왕실을 보호하는 역할을 택했다”라고 개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