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하늘길이 막히고 있습니다. 국내외 항공사들의 주요 노선인 중국 길이 차단된 데 이어 한국, 일본, 이탈리아 등 나라들에서도 확진자 수가 대거 늘어나면서 여행 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에 항공사들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는데요. 항공편을 대폭 줄인 데 이어 승무원을 포함한 전체 임직원에게 무급 휴가를 권고한 항공사도 있었죠. 오늘은 코로나 타격으로 위기에 처한 항공사들의 상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국내 항공사들, 당분간 적자 불가피할 것

우선 국내 항공사들의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중국 등 핵심 노선이 동시에 막힌 항공사들은 막다른 길목에 내몰리고 있죠. 지난달 1~26일 국내 8개 항공사의 총 여객수는 539만 289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8%(387만 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항공사별로 보면 진에어의 여객 감소율이 60.4%로 가장 높았으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도 각각 35.9%, 38.8%나 줄었습니다.


이에 국내 각 항공사들은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나섰는데요.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 신청을 받고 있죠. 대한항공은 이번 달부터 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연차 휴가를 실시할 예정인데요. 연차 휴가가 21일 이상 남은 객실 승무원 중 신청을 받아 300명에게 한 달 휴가를 줄 계획이라고 밝혔죠. 이는 최대한 비용을 아끼며 버티려는 항공사의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한 국내 저가항공사

저비용항공사(LCC)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티웨이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무급 휴직 신청을 받고 있죠. 아예 위기경영 체제에 돌입한 저가항공사도 있는데요. 제주항공은 앞서 승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급 휴직 제도를 전 직원으로 대상자를 확대하고 경영진은 임금의 30% 이상을 회사에 반납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한편, 6개 저비용항공사 대표들은 정부 지원을 요청하는 ‘긴급 공동 건의문’까지 발표하는 상황인데요. 정부는 매출 급감, 환불 급증 등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는 항공사에 대해 산업은행의 대출심사 절차를 거쳐 필요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또 LCC에 대해서는 최대 3000억 원 내에서 부족한 유동성을 적시에 지원할 것이라 밝혔죠.

코로나 사태에 크게 휘청이는 홍콩 항공사

그렇다면 해외 항공사의 상황은 어떨까요? 6개월 넘게 지속된 홍콩의 반정부 시위, 여기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홍콩 최대 항공사인 캐세이퍼시픽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승객 수가 50% 급감했는데요. 이에 캐세이퍼시픽은 전 임직원에게 3주 무급 휴가를 요청하는 자구책을 내놨습니다. 최고경영자인 오거스터스 탕은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비디오 메시지에서 “회사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죠.

2018년부터 재정난을 겪어온 홍콩 3위 항공사 홍콩항공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를 비껴가지 못했습니다. 홍콩항공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직전에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가까스로 파산을 모면한 바 있는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로 지난달 11일부터 3월까지 일일 항공편 운항을 82편에서 30편으로 줄이기로 결정했는데요. 또 직원 400명을 감원할 예정이며, 홍콩 내 지상직 직원들에게 최소 2주간의 무급 휴가를 가거나 일주일에 3일만 일하는 유연 근무를 받아들이도록 요청했습니다.

중국 항공사들, 항공권 가격 인하 전략 펼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여파로 수익성이 악화한 것은 중국 항공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 항공사들은 지난달에만 코로나19로 인한 운항 차질로 370억 위안(6조 3천억 원)의 매출 하락과 100억 위안(1조 7천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 여파로 현재 하이난항공으로 유명한 중국 HNA 그룹의 항공사 자산 매각이 추진되고 있죠. 하이난 지방 정부는 부채 상환이 어려워진 HNA 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해 항공사 자산의 상당 부분을 중국국제항공과 중국남방항공 등에 매각하는 방안을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 공포로 급감했던 중국 국내선 항공기 운항이 이번 주말부터 상당 부분 정상화할 전망인데요. 오는 주말 중국 국내 항공 노선에 무려 300만 좌석이 추가 공급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항공편 운항이 많이 늘어나는 데 비해 여객 수요가 낮아 항공권 가격을 대폭 낮추는 작전을 취하고 있는데요. 예컨대 준야오항공은 오는 7일 상하이에서 쓰촨성 청두까지 3시간 30분 거리의 편도 항공권을 140위안(2만 4천 원)에 판매하는 등 중국 항공사들은 당분간 항공권 가격 인하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유럽 항공사도 못 비껴간 코로나 피해

미국 최대 항공사 가운데 하나인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달 28일 당초 오는 5일로 예정됐던 장기 전략에 관한 주주 간담회를 9월로 미룬다고 밝혔는데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 전에는 생산적인 장기전략 간담회가 불가능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죠. 이처럼 코로나 사태로 인한 경제 손실은 미국, 유럽 항공사들도 비껴가지 못한 모습인데요.

유나이티드항공은 매출 감소로 4월 한 달간 일부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급여를 삭감하되 휴가를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는 기타 유럽 항공사들 역시 다양한 비용 절감 계획들을 쏟아내고 있죠.

특히 4일 기준 2263명의 확진자와 7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탈리아의 노선이 막히면서 항공사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탈리아의 경우 유럽여행의 필수 코스이자 중국 여행객들의 주요 여행지로, 다른 유럽 국가로의 길목으로도 통하죠.

영국항공, 뉴욕-런던 노선 운항 취소

실제 영국항공(BA)은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는 항공편에 대한 취소 요청이 쇄도하자 일부 항공기 운항을 취소했는데요.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프랑스, 독일 등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뉴욕-런던 구간의 수요가 줄어들자 이 구간의 24개 항공편 운항을 취소했죠. 해당 구간은 영국항공의 주력 노선으로, 2018년과 2019년 사이 10억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무엇보다 관광산업이 GDP의 10%가량을 차지하는 유럽 국가에서 코로나 사태가 항공 업계에 미치는 타격은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특히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4%까지 되는 만큼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죠.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기 전 신종 코로나가 완전하게 종식되지 않을 경우, 안전을 위해 여름휴가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세계 항공 업계의 손실이 배가될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차갑게 얼어붙은 여행 심리, 위기에 처한 국내외 항공업계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사태가 정상화되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