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피곤한 일상을 잊게 해 준 여러 코미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미디언들이 설 무대가 많이 사라졌죠. 그와 함께 추억 속으로 잊힌 이들도 많습니다. 이 코미디언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그는 한동안 우리 곁을 떠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데요, 의외의 모습으로 돌아와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유재석은 가라, 개그맨 1위

“뭡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 2004년, KBS2 개그 프로그램 ‘폭소클럽’에 간판스타가 탄생했습니다. 바로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 ‘블랑카’를 연기한 장철규입니다. 그는 데뷔 직후 6개월 동안 인기 개그맨 1위에 올랐습니다. 당시 유재석이 개그맨 8위였음을 생각하면 그의 인기를 짐작해보을 수 있습니다. 그의 유행어는 여전히 외국인 노동자 글에 꼭 한번은 쓰이는 말이 되었죠.

그의 스탠드업 코미디 코너 ‘블랑카의 뭡니까 이게’는 정철규가 21살 냉장고 부품 공장에서 대체 복무하며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폭언, 폭행 등 각종 부조리에 시달리는 모습을 지켜보았죠. 와중에 친해졌던 외국인 노동자가 귀국 후 후유증으로 사망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알려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그 결과가 바로 블랑카입니다.

감옥이 된 블랑카

정철규는 블랑카 캐릭터로 수많은 CF와 프로그램에 출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기는 오래가지 않았죠. 캐릭터의 한계가 분명했던 것입니다. 외부 캐릭터를 추가해 변화를 주었지만 결국 블랑카는 2005년 4월 말 폐지되었습니다. 이후 발생한 소속사 문제로 그는 연예계 생활 치명타를 입게 되는데요. 이 문제로 그는 전성기에 무려 1년 동안 방송에 출연하지 못했습니다.

지나치게 빠른 성공과 몰락은 그에게 우울증이라는 힘든 시간을 가져왔습니다. 정철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정신병원만 무려 4년 다녔다고 밝혔습니다. 잠도 자지 못해 수면제를 먹었죠. 과다 복용으로 잠시 환각 상태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정철규는 이 사건에 충격 받아 운동을 시작했는데요. 효과가 있어 약을 하나씩 줄여갈 수 있었습니다. 개그맨 선배 허태희의 도움으로 드라마에 잠시 출연하기도 했죠.

하지만 본업인 개그는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짜낸 아이디어는 번번이 퇴짜 맞았고, 겨우 얻은 기회는 블랑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학개그로 날렸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등 다른 분야에 진출하려 했지만 동남아, 노동자 역할만 들어와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덕분에 그의 우울증은 무려 9년이나 지속됐죠.

우울증 극복할 열쇠를 찾다

대체 복무로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알고부터 정철규는 다문화 가정 봉사를 간간이 해왔습니다. 그러나 한 지인의 권유로 2014년부터 정기 봉사를 시작했죠. 이곳에서 그는 연예인을 꿈꾸는 다문화 아이들의 멘토를 맡았습니다. 그의 정기 봉사는 이후 5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정기 봉사 와중에 그는 ‘전국 다문화 어린이 합창 댄스대회’에 참가하게 됩니다. 춤을 몰랐던 그는 거절하려 했으나 대형과 표정만 봐달라는 요청에 받아들였죠. 이후 정철규는 두 달 동안 아이들과 연습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표정과 대형을 봐 주었습니다. 덕분인지 그의 팀은 10개 팀이 겨루는 자리에서 1위를 거머쥐었습니다.

정철규는 “제가 누군가에게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처음 느꼈습니다”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습니다. 이 깨달음 덕분에 긴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도 전했죠. 동시에 자신의 ‘블랑카’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죠. 본래 ‘블랑카’ 탄생 이유를 떠올린 그는 2018년, 다문화 이해교육 전문 강사 자격증을 취득해 전문 강사로 전직했습니다.

대한민국 상위 0.135%?

블랑카를 받아들인 덕분일까요? 2018년 그는 멘사 테스트에서 지능지수 측정불가를 기록했습니다. 멘사 테스트가 지능지수 156 이상을 측정할 수 없어 벌어진 일이죠. 그 이상 측정할 수 있는 기관은 그의 지능지수를 172로 평가했습니다. 덕분에 그는 멘사 회원으로도 모자라 아이큐 172 이상만 가입할 수 있는 한국 ‘하이 아이큐 소사이어티’의 일원까지 되었죠. 상위 0.135%에 속하는 이들의 모임입니다.

2019년에는 한국이 아닌 우즈베키스탄 드라마 ‘저널리스트’의 주연을 맡았습니다. 무려 시청률 39%를 기록했죠. 정철규는 ‘과거 다문화 센터 봉사활동 때 친분을 쌓은 우즈베키스탄 배우 딜도라의 추천을 받았다’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그는 SBS의 ‘김수미의 밥은 먹고 다니냐?’에 부인과 함께 출연했습니다. 그는 2014년, 네일아트 학원 부원장이었던 동갑내기 친구와 결혼했는데요, 아직 아이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는 아이를 가지고자 시험관 임신에 도전 중이라고 밝혔죠. 어려웠던 시기를 잘 견뎌낸 정철규, 그에게 좋은 소식이 있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