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smartincome.com

'개봉 후 반품 불가' 

이 경고 스티커 진짜 믿어야 하는 겁니까?

식품, 가전, 의류, 생필품... 온라인에서 구매가 불가능한 물건은 더 이상 없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브랜드 제품도 직구로 살 수 있고,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찾아내는 분들도 많죠. 


출처 - 연합뉴스

우리의 삶을 한층 풍요롭고 편안하게 만들어준 인터넷 쇼핑에도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물건을 직접 확인하고 살 수 없다'는 겁니다. 사진에서 본 것, 혹은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제품이 배달되는 황당한 사례도 종종 있죠. 이럴 땐 당장 환불하고 싶지만, 구매 전 공지에서 봤던 '교환·환불 불가'문구가 떠오르는데요. 우리는 어떤 경우에 환불을 받을 수 있고, 또 어떤 경우에 그럴 수 없는 걸까요?



개봉 후 교환·환불 불가능 스티커


출처 - diziview.com

구매한 상품의 포장 박스에 붙어 있는 스티커, 다들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상자의 여닫는 부위를 가로지르며 길쭉하게 붙어 있는 이 스티커에는 '본 제품을 개봉하신 후에는 교환·환불이 불가합니다'라는 문장이 인쇄되어 있죠. 스티커는 개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스티커를 떼거나 찢지 않고 상자를 열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화장품, 가전 등 각종 상품의 포장에 붙어 있는 이 스티커 때문에 상품이 생각한 것과 달라도 교환이나 환불 요청을 망설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교환·환불 문의를 하더라도 스티커의 존재를 상기시키며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인데요. 그렇다면 과연 이 스티커의 문구에는 법적 효력이 있는 걸까요?


사용 없이 개봉만 했다면?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습니다. 제조사가 임의로 부착했을 뿐인 이 스티커는 온라인 거래 당사자의 교환·환불을 금지할 근거가 될 수 없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가 '계약일 7일 이내에는 제품의 교환, 환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조항은 7일 이내에 청약 철회가 불가능한 경우를 소비자의 과실 혹은 사용·시간의 경과로 상품 가치가 훼손된 경우와 복제가 가능한 재화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제공이 개시된 디지털 콘텐츠의 경우, 안전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1항에는 '재화 등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한다'는 언급까지 따로 있죠. 따라서 물건을 사용하거나 훼손하지 않는 한, 포장 박스를 개봉하면서 스티커를 훼손했다는 이유만으로 교환·환불에 제한을 둬서는 안됩니다.



상품의 종류에 따른 차이

하지만 포장 개봉 만으로 상품의 가치가 떨어지는 상품도 있겠죠. 예를 들어 화장품은 뚜껑을 여는 것만으로도 제품의 변질이 시작될 수 있는데요. 실제로 공정거래 위원회에서도 전자제품이나 휴대전화, 화장품 등은 포장을 개봉하기만 해도 제품 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합니다. 


출처 - 인사이트

문제는 모든 업체들이 '박스가 훼손되면서 상품가치가 현저히 떨어졌다'고 주장한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유통만 담당하는 오픈마켓에서는 '상품 박스가 훼손되면 내용물이 정상이어도 재판매가 불가능하다' 거나 '투명 테이프가 아닌 노란 테이프로 반품 박스를 포장해 (최초 포장상태와 달라졌기 때문에) 반품이 불가하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기도 하죠. 


오프라인 구매의 경우


출처 - CJ올리브네트웍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했다면 사정이 조금 달라집니다. 오프라인 거래에 적용되는 '소비자 기본법'에는 단순 변심으로 인한 교환·환불 규정이 없기 때문이죠. 하자가 있는 물건  혹은 포장이 명시하고 있는 것과 아예 다른 물건을 넣어 판매하는 경우에는 '사기'로 다툴 여지도 있지만, 변심으로 인한 청약의 철회는 판매자가 정한 약관이 효력을 지닙니다. 따라서 오프라인에서 샘플을 확인하고 구매한 물건의 포장 박스에 '개봉 후 교환·환불 불가'라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면, 박스를 열기 전에 신중하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제품을 개봉해서 몇 번 사용 뒤 반품을 보내는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서 스티커 부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체들의 입장입니다. 법적인 효력이 있건 없건, 스티커를 부착함으로써 심리적 압박을 가해 사용 후 무작정 환불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들의 횡포를 막아보겠다는 심산인데요. 제품을 확인해 보기 위해 정말로 포장만 개봉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스티커를 이유로 교환·환불을 거절당하면 억울할 수밖에 없겠죠.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구매한 상품의 종류, 그리고 구매 방식에 따른 교환·환불 가능 여부를 잘 숙지하고 있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