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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를 진득하게 해야 성공한다." 어른들이 늘 하시는 말씀입니다. 한 번 하기로 한 공부, 한 번 정한 직업에 집중해야지, 그렇지 않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는 이도 저도 안된다는 생각이 비교적 최근까지도 일반적이었죠. 하지만 이제 세상이 달라졌습니다.


새로운 걸 받아들이지 않고 한 가지만 고집하는 사람보다는, 다방면에 관심이 많으며 실행력이 뛰어난 '멀티 능력자'가 환영받는 시대가 되었는데요. 오늘은 작가로서 다양한 장르를 도전해 모두 성공시킨 한 사람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눈이 부시게, 웰메이드 감동 드라마


지난 3월 종영한 <눈이 부시게>는 오랜만에 등장한 '웰메이드' 감동 드라마로 평가받았습니다. 주인공 역을 맡은 김혜자와 한지민, 남주혁뿐 아니라 극중 이들의 가족을 맡은 배우들부터 동네 사람들까지, 누구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수준급 연기를 보여주었죠.


출처: JTBC 눈이부시게

작가들이 그려낸 세계에 대한 칭송도 자자합니다. 마지막 회까지 다 보고 나서야 진짜 의미를 알 수 있었던 각각의 장면들, 지금껏 많은 서사에서 '시선의 대상'으로만 존재해왔던 치매환자의 내면을 그려낸 점 등 극의 구성이 유달리 촘촘하고 훌륭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이렇게 시청자들의 찬사를 받은 <눈이 부시게>는 이남규 작가, 김수진 작가가 공동 집필한 작품입니다. 


드라마국 아닌 예능국이 고향


<눈이 부시게>로 시청자들의 눈물 콧물을 쏙 빼놓은 걸 생각하면 좀처럼 믿기 힘든 사실이지만, 사실 공동 작가 중 한 명인 이남규 작가는 코미디 작가 출신입니다. KBS <개그콘서트>와 <폭소클럽>, tvN <코미디 빅리그> 등 메인 코미디 프로그램들을 모두 거쳤죠


출처: 미주 중앙일보

특히 2007년 <개그콘서트>에서 참여한 코너 '대화가 필요해'는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한 아버지, 함께 식사하지만 딱히 할 말이라곤 없는 전형적인 한국 가족의 모습에서 웃음 포인트를 쏙쏙 뽑아낸 이 코너는 그해 이남규 작가에게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방송작가 상을 안겨주기도 했죠. 


정극 드라마로의 교두보, 시트콤


출처: KBS / JTBC

2004년부터는 시트콤 집필을 시작합니다. 정해진 등장인물이 있고 그들이 매회 다른 에피소드를 소화한다는 점에서 시트콤은 <개그콘서트>같은 코미디 프로그램과 유사한데요. 조금 더 호흡이 길고 보다 많은 등장인물, 더 복잡하게 얽힌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시트콤과 개그 프로그램의 차이점이라 할 수 있죠. 


고등학교 시절부터 우정을 이어온 세 명의 중년 부인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낸 <달려라 울엄마>, '연상연하 커플' 스토리의 조상님 격인 <올드미스 다이어리>, 주소만 청담동일 뿐 다 무너져가는 낡은 2층 건물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청담동 살아요> 등이 이남규 작가가  참여한 시트콤입니다.


<송곳>으로 시작한 드라마 작업


시트콤 작가가 전직 코미디 작가라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을 수 있습니다. '웃음'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데다, 위에 언급했듯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방식도 유사한 점이 많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드라마, 그것도 웃음기 뺀 정극 드라마라면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2015년, 이남규 작가는 김수진 작가와 함께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웹툰 <송곳>을 드라마로 재구성합니다. 역시 웹툰 원작인 드라마 <미생>과 자주 비교되었던 <송곳>은 시청률은 무난한 수준에 머물렀지만, 공감대 형성과 화제성만은 여느 지상파 드라마 못지않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출처: JTBC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그 다음 해에는 역시 JTBC에서 방송된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를 김효신, 이예림 작가와 공동 집필하는데요. 불륜을 저지르는 아내와 그 남편, 이야기를 공유하는 익명의 네티즌들의 묘한 심리를 잘 그려냈다는 반응을 이끌어냈죠. 이어 올 초 방송한 <눈이 부시게>까지 성공시키면서, 이남규 작가는 드라마 작가로서의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게 됩니다.  


<눈이 부시게>를 공동 집필한 김수진 작가는 <청담동 살아요>와 <송곳> 때부터 이남규 작가와 호흡을 맞춰온 사이입니다.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라는 엔딩 내레이션을 비롯한 감동적인 대사는 김수진 작가가, 혜자의 오빠인 영수(손호준 분)이 도맡아 연기한 개그 코드는 이남규 작가가 담당하며 최고의 시너지 효과를 냈죠. 김석윤 감독, 배우 김혜자와 지현우 등도 이 작가와 여러번 호흡을 맞춘 바 있는데요.   코미디 작가에서 드라마 작가로의 변신에 훌륭하게 성공한 이남규 작가가 다음에는 어떤 동료들과 함께 '인생 드라마'를 들고 우리를 찾아와 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