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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박 예상하며 들어온 

"일본판 김밥천국"이 한국에선 망한 이유

이번 주말 여러분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암벽 타기, 꽃꽂이, 가구 만들기 등 다채로운 취미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래도 가장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여가활동을 꼽으라면 '술 마시기'를 드는 분들이 많으시겠죠. 금요일 밤 회사들이 밀집되어 있는 강남이나 종로 근처는 마땅한 술집을 찾기 위해 삼삼오오 돌아다니는 직장인들로 북적이는데요. 국물, 튀김, 구이, 회 등 다양한 안주에 사케, 맥주, 소주, 사와 등 폭넓은 주종을 갖춘 이자카야는 목을 축이려는 직장인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장소입니다. 


이자카야도 그렇지만, 일본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들은 이제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서 한국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 음식이라면 기껏해야 우동이나 초밥 정도였던 과거와 달리, 생소한 가정식 메뉴를 내는 가게들도 늘어나고 있죠. 그런데 여기, 너무 일찍 한국에 상륙하는 바람에 씁쓸한 실패를 맛봐야 했던 일본의 프랜차이즈 식당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은 이 식당의 정체는 무엇인지, 한국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bobin 비니


일본의 김밥천국, 요시노야


1899년 니혼바시 어시장에 첫 매장을 열었던 요시노야는 저렴한 가격과 간단한 시스템으로 일본에서 사랑받는 덮밥 체인이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비빔밥이 있다면 일본에는 다양한 재료를 밥에 얹어 먹는 덮밥이 있죠. 각종 튀김을 올리는 텐동이나 닭고기와 달걀이 올라가는 오야꼬동도 맛있지만, 요시노야는 대표 메뉴는 소고기 덮밥인 '규동'인데요.  


2대 사장 때부터 소고기와 양파, 쯔유의 간단한 재료와 규동이라는 단일 메뉴에 집중하며 손님의 발걸음을 붙잡았던 요시노야는 그러나, 광우병 사태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금지되었던 2003년 말 이후 노선을 수정합니다. 공급이 어려운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올린 '부타동'을 비롯, 다양한 메뉴들을 추가하기 시작한 것이죠. 소고기 수입이 풀리면서 규동이 부활하자 부타동은 잠시 자취를 감추기도 했지만,  지금은 규동, 부타동, 토리동, 카레 덮밥 등 다양한 덮밥 종류는 물론 소바나 아침 정식, 저녁 정식 등의 다채로운 메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음식들이 거의 다 갖춰져 있는 데다, 물가 비싼 일본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과 24시간 영업, 음식이 빠르게 준비되는 시스템 덕분에 요시노야는 한국의 '김밥천국'만큼 빠르게 그 매장 수를 늘려가죠. 


1996년, 한국에 진출하다


요시노야의 성공을 주의 깊게 바라보던 한국 기업이 있었으니, 바로 두산입니다. 계열사 '두산음료'가 1984년에 KFC를 들여왔을 만큼 두산그룹은 일찍부터 외식 브랜드 사업에 관심을 보여왔죠. '두산 상사'는 1995년 요시노야와 공식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습니다. 첫 매장은 1996년 강남역 가장 번화한 곳에, 두 번째 매장은 1997년 당시 청춘들의 메카였던 신촌에 문을 열었죠.  


요시노야의 주력 메뉴 가격은 그리 비싼 편이 아니었습니다. 부타동이나 규동, 토리동 등 단품 메뉴는 3~4천 원 대였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인기를 얻기 시작한 요시노야는 서울 시내에 총 4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IMF와 두산의 위기


하지만 1997년 말부터 상황은 크게 달라집니다. IMF 관리 체제로 돌입하면서 실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났고, 대부분의 가정경제가 어려워지자 외식 산업 전체가 크게 위축되었던 것이죠. 결국 두산은 1998년 4월 요시노야를 철수하기에 이르는데요. 


출처:시사인

이런 두산의 판단에는 자사의 자금 문제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두산 그룹의 부채비율은 무려 600%, 최고의 번화가에만 위치한 요시노야에 드는 어마어마한 매장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죠. 이 시기 이후 두산은 소유했던 외식·소비재 브랜드를 하나씩 정리하며 중공업 중심의 기업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한국인 취향 파악 실패

경제 위기라는 거스르기 힘든 물결 외에, 요시노야가 한국에서 더 크게 흥하지 못했던 이유로 '현지화 실패'를 꼽는 이들도 많습니다. 요즘은 '정말 현지에서 먹는 것 같은' 외국 음식을 찾는 한국인들이 늘어났죠. 한국식으로 현지화된 쌀국수보다 베트남 정통 쌀국수를 선호하며, 호찌민식인지 하노이식인지까지 따져가며 먹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1996년의 사정은 달랐습니다. 언뜻  불고기 덮밥과 비슷해 보이는 규동은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데요. 간장을 사용하는 우리 불고기와 달리 쯔유를 사용하는 규동은 특유의 달달한 맛 때문에 의외로 거부감을 일으키기 쉽죠. 게다가 그릇은 테이블에 두고 밥을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젓가락과 불편한 장국용 숟가락만 제공하는 시스템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고슬한 맨밥도 아니고 소스에 젖은 밥을 젓가락만 이용해서 먹으려니 반은 먹고 반은 흘리는 풍경이 연출되었죠. 


출처: 네이버 블로그 쓰리가마

장국과 밑반찬을 따로 판매한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김치를 비롯한 밑반찬을 3~4개는 깔아주고, 더 달라면 몇 번이고 리필해주는 식당 인심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멀건 미소국과 채소 절임 등의 밑반찬을 돈 주고 사 먹으라니, 씨알도 먹히기 힘든 소리였죠. 3~4천 원 대의 단품 메뉴에 반찬까지 추가하면 간편식 치고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데다 번거롭기까지 하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중론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전체를 뒤덮은 경제 위기, 그리고 충분치 못했던 현지화 전략으로 실패를 겪어야 했던 요시노야가 만일 지금 다시 한국에 들어온다면 크게 흥할 것이라 내다보는 이들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을 오가는 한국인 여행객들도 늘어난 데다 다양한 일본 음식에 입맛이 익숙해졌기 때문에 1990년대 후반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인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