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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먼저 생각해낸 아이디어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이미 세상에 나와있는 서비스나 제품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단지 상상만으로 그친 것과 개발과 판매까지 이룬 것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 그래도 약간 아까운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죠. 만일 그 제품이 큰 성공을 거두기까지 했다면 아쉬운 마음은 배가 될 겁니다. LG전자도 그런 기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히트한 타사 제품의 기초적인 형태를 무려 18년 전에 개발한 이력이 있기 때문인데요. 과연 그 제품은 무엇인지, 왜 좀 더 발전된 형태를 우리는 만나볼 수 없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LG 전자의 아이패드?


출처: 조선일보

2019년을 살아가는 젊은이 중 '아이패드'가 뭔지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2010 년 4월 애플이 첫 선을 보인 이 태블릿 컴퓨터는 맥북, 아이폰 등 애플의 다른 제품들과 긴밀하게 연동하면서 가벼운 컴퓨터, 복잡한 작업을 소화할 수 있는 스마트폰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죠.  


아이패드의 대항마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삼성의 '갤럭시 탭'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겠지만 사실 태블릿 PC 형태의 기기를 가장 먼저 내놓은 것은 애플도, 삼성도 아닌 LG 전자입니다. 애플보다 무려 9년 이른 2001년에 탄생한 이 제품은 이름마저 공교롭게 '디지털 아이패드'였죠. 독일 IT 박람회인 '세빗 2001'에 출품한 후 외신으로부터 혁신성을 인정받은 이 제품은 기본적인 인터넷 서핑과 이메일 주고받기, 간단한 비디오 서칭 등이 가능한 기기였습니다. 당시 LG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더 복잡한 형태의 태블릿 PC를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던지라 금세 시간과 함께 잊힌 점이 안타까운데요. 만일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개발했다면 애플보다 먼저, 더 크게 히트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부적절한 광고 카피, K101


2004년 LG 상사는 X-터치라는 기술을 내세운 K101 키보드를 선보입니다. 새로운 키 터치감과 모양으로 소음을 최소화한 제품이었죠, 위아래 모두 높이 조절이 가능해 손목이 편안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 사용해본 사람들의 후기도 꽤 괜찮은 편이었죠. 


충분히 히트할 수 있었던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K101은 부적절한 광고로 논란만 키운 채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는데요. 'X 같은 생각, X 같은 디자인, X 같은 색상, X의 강인함'이라는 광고 카피로  물의를 빚으며, LG 마케팅의 흑역사에 조용히 한 줄을 더했죠. 현재 저소음 키보드, 유선형 키보드들이 사랑받는 것을 보면 K101의 묻혀버린 잠재력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해외에서 극찬 받은 커넥티드 카 서비스


출처: 전자신문

꾸준히 연구 개발을 이어가고 일정한 성과도 내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홍보하지 않는 LG의 기술·제품들도 있습니다. 2016년 경부터 LG와 폭스바겐이 손잡고 개발에 착수한 '커넥티드 카 서비스 플랫폼'도 그중 하나인데요. 최신 개방형 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해 운전자가 스마트 홈과 위치 기반 서비스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 기술은 실용성과 세련된 디자인을 모두 갖춰 해외 언론으로부터 이미 극찬을 받은 바 있죠. 


출처: 조선일보

계속 개발 및 시범 운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LG에 이런 기술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일반 소비자들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해 6월 LG 유플러스는 제주지역 렌터카 대상으로 커넥티드 카 시범 서비스를 운영했는데요. 전망이 좋은 분야인 만큼, 이번에는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세계시장을 선점했으면 좋겠네요. 


있는 장점 말 안 하는 LG전자


확연한 차별점 가진 제품을 출시하고도 소극적인 마케팅으로 타사 제품에 밀린 경우도 있습니다. 2016년 판매를 시작한 LG의 스마트폰 G5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요. G5는 아이폰 등과 달리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세계 최초로 모듈 방식을 적용했고, 초기 구매자를 대상으로 증정한 배터리 팩에는 케이블을 연결해 다른 기기의 외장 보조 배터리로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기능이 있었죠. 하지만 LG 전자는 이런 내용을 크게 홍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용자들이 G5의 장점을 자주 언급하자, 그제서야 슬쩍 해당 사항을 추가했죠. 게다가 하이파이 플러스 모듈을 구매하지 않아도 32비트 음원 재생이 가능하다는 사실 역시 제대로 광고하지 않았습니다. 


출처: LG G5 광고, 앱스토리

광고도  매력적이지 않았습니다. 영국 배우 제이슨 스타뎀까지 캐스팅해 요란한 액션을 보여주기는 했는데, 당최 무엇을 말하려는 광고인지 알 수 없다는 혹평만 이어졌죠. 차라리 G5의 기능들을 찬찬히 보여주는 게 효과가 더 좋았을 거라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광고 때문인지, 혁신적이지만 불안정한 제품 상태 때문이었는지 초반에는 주간 판매량 Top 10에 진입할 만큼 순조로운 출발을 보여줬던 G5는, 경쟁작 갤럭시 S7이 꾸준히 팔린 것과 달리 초기 수요 충족 후 판매량이 급감하고 말았죠. 


뭐든지 과장하고 포장해서 좋게 보이려는 다른 기업들과 달리 LG의 이런 모습이 담백해서 보기 좋다고 말하는 소비자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잘 만들고 못 파는 건 기업의 실적에 큰 타격이라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요.  앞으로는 LG의 혁신적인 기술과 함께 효과적인 광고, 마케팅도 함께 볼 수 있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