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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료로 정성스레 요리해도 어딘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깔끔하고 반듯한 재료 본연의 맛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간이 맞지 않거나 감칠맛이 부족하면 만족감을 느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죠. 이럴 때 각 브랜드의 비법 비율로 제조된 완제품 소스를 넣어주면 밍밍했던 요리의 맛이 거짓말처럼 살아나기도 하는데요. 오늘은 소스나 양념 하나로 전 국민을 사로잡은 아시아 각국의 국민 브랜드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굴 소스 원조, 이금기


굴 소스는 이제 한국의 일반 가정에서도 두루 쓰이는 양념입니다. 볶음요리에 감칠맛을 더하고 싶을 때, 아시아식 파스타를 만들 때, 중화풍 요리를 만들 때 손쉽게 그럴듯한 맛을 내도록 도와주는 고마운 소스죠. 요즘은 한국 기업에서도 굴 소스를 생산하지만, 판다 그림으로 익숙한 이금기 굴 소스를 따라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세상의 많은 발명품과 음식이 그렇듯, 굴 소스도 실수를 통해 우연히 개발됩니다. 중국 광둥성의 항구도시 주하이의 음식점 주인이었던 리금셩은 굴이 들어가는 요리를 하다가 깜빡하고 불 끄는 것을 잊습니다. 요리는 망쳤지만, 걸쭉하게 졸아든 굴에서는 입맛을 당기는 풍부한 향이 났죠. 이에 착안해 맛과 풍미를 개선한 것이 현재의 굴 소스입니다.


1888년, 리금셩은  자신의 이름에 가게를 뜻하는 기(記) 자를 붙여 '이금기'라는 상호의 양념 가게를 차립니다. 1892년에는 마카오로 넘어가 사업을 광둥 지역 전체로 확장했고, 1932년 2대 경영자 리슈남은 홍콩으로 본거지를 옮겼죠. 허름한 식당에서 실수로 시작된 소스, 그리고 작은 양념 가게에서 출발한 기업이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자 그 규모는 해를 거듭할수록 불어났습니다. <포브스 아시아>에 따르면 현재 이금기 그룹(LKK 그룹)의 매출은 1년에 30억 달러, 순이익은 1억 5천만 달러 수준이죠. 


리금기에서는 굴 소스 외에도 두반장, 해선장, XO 소스 등 중국의 다양한 장류와 소스를 생산합니다.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지만, 고추장이나 불고기 양념 등 한국의 양념 종류도 출시된 것으로 알려졌죠. 전 세계에서 팔리는 이금기의 소스·조미료는 3000가지가 넘는다고 하네요. 


출처: Fobes

LKK 그룹의 구성원들은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합니다. 1992년에는 한방 건강식품을 선보이는 자회사 '난팡이금기'를 세웠고, 2017년에는 영국 런던 이스트칩에 위치한 13억 파운드 상당의 스카이 빌딩도 매입합니다. <포브스>가 발표한 2019년 홍콩 부자 리스트에서 이금기의 리만탓 회장은 3위에 올랐다네요. 


친수 칠리소스 만드는 마산 그룹


베트남 여행객 수가 늘어나고 국내에서도 베트남 음식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베트남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친수' 칠리소스는  베트남에 다녀오는 사람들이 꼭 사 오는 물품 목록의 상위를 차지하죠. 친수 소스는 베트남의 식품기업 '마산 그룹'의 '마산 컨슈머'에서 생산합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가정의 95%는 마산이 생산한 제품을 사용한다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국민 소스 기업'인 것이죠. 


출처: 글로벌 이코노믹

1996년 응우옌 당 꽝 회장이 세운 마산 그룹은 러시아에서 첫 사업을 시작합니다. 러시아 유학파인 응우옌 당 꽝 회장이 러시아에 사는 베트남인들에게 인스턴트 라면을 판 것이 그 시초였죠. 베트남으로 돌아온 그는 호찌민에 본사를 세우고 본격적인 식품 사업을 시작합니다. 현재 마산 그룹은 매출액은 37조 6210억 동(한화 약 1조 7870억 원), 영업이익 4조 4290억 동(약 2,104억 원)을 기록한 대형 기업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SK그룹이 마산그룹 지주회사 지분 9.5%를 미화 4억 7천만 달러에 매입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죠. 


마산 그룹에서 만드는 피시 소스는 베트남 피시소스 시장의 76%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간장류 점유율은 78%, 한국인들에게 인기인 칠리소스 점유율은 37%죠. 양념과 소스뿐만이 아닙니다. 마산에서는 라면, 맥주, 커피, 생수 등 다양한 식품을 생산하죠. 동물 사료, 광산업, 금융업에도 진출했으니, 더 이상 단순한 식품회사라고 볼 수는 없겠네요. 


동남아권 소스 브랜드 성장 기대


이 외에도 자국의 장류, 그리고 장류를 개발·조합해 만든 양념을 기반으로 성장한 브랜드는 여럿 있습니다. '고추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순창 고추장'을 생산하는 청정원에서는 누구나 간편하게 고기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소 불고기, 소갈비 양념 등을 출시하고 있는데요. 한식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이들 완제품 양념에 대한 해외 반응도 좋은 편입니다. 이 외에도 각종 레토르트 식품, 베이컨이나 햄 등 가공육 식품도 선보여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죠. 청정원이 소속된 대상그룹은 국내 최초의 조미료 '미원'을 개발한 동아화성공업을 모태로 합니다. 대상그룹은 현재 건강사업(대상웰라이프), 유기농 식품 유통(초록 마을) 등 식품 관련 사업뿐 아니라 건설, 광고 대행, 산업 설비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한 대기업이죠. 


중국의 '해천미업'은 14억 중국인이 모두 하나씩 집에 가지고 있다는 '하이톈 간장'을 만드는 기업입니다.  중국의 브랜드 평가 기관인 'Chn 브랜드'에서 9년 연속 조미료 부문 1등 브랜드로 선정할 만큼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브랜드죠. 해천미업에서는 간장 분 아니라 식초, 굴 소스, 치킨 스톡 등 다양한 식품류를 생산하는데요. 중국 외식사업이 급성장하면서 해천미업도 덩달아 호기를 맞이했습니다. 2018년 해천미업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매출 170.34억 위안(한화 약 2조 8,718억 원), 순이익은 43.65억 위안(약 7,359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6.80%, 23.60%씩 증가했음을 알 수 있죠. 


세계적으로 선호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동남아권 소스·조미료 브랜드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됩니다. 쌀국숫집에서 곁들이는 '빨간 소스', 스리라차 소스를 제조하는 후이퐁 푸드는 15억 5천만 달러 규모의 미국 핫 소스 시장에서 1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이 외에도 태국의 피시소스를 비롯해 똠얌소스, 커리 페이스트, 인도네시아의 삼발소스 등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식품류는 무궁무진한데요. 이금기와 마산을 뛰어넘을 소스 브랜드는 어디에서 등장할지 궁금해지네요.